나의 리듬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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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능력

그렇다 나의 고민은 내버려두고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염려하는... 그게 나란 인간이다. 세상일을 고민하는 것은 나의 문제에서 벗어나는, 내겐 가장 쉬운 방법이다. 알콜이나 일일드라마, 일인일닭은 나에겐 전혀 무의미하다. 아마 쉽기로는 노래만이 그 다음을 차지할거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승희 너는 어떻게 온세상 걱정을 다 끌어안고 다니니?' 하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나에게는 부끄러움이 되고, 컴플렉스가 되었다. 나는 나의 일은 해결 못하면서 세상일만 걱정하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지식인, 쁘띠 부르조아, 그런 것으로 나를 규정했었다.


그러나 나의 그 성향은 사실 강점인 것이다. 세상엔 이미 생각하는게 싫어진 사람이 아주 많다. 내버려두면 자동으로 생각하는, 사회와 인류의 큰 일들을 생각하는 인재가 있어야 큰 일들을 해나갈 수가 있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생각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효용없이 선택되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였을 때는 나의 생각과 행동력의 격차가 더없이 크기만 하고 좌절감을 주었지만, 어른이 되어 행동의 폭이 커졌을 때는 사정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크니까 생각이 더 커져서 격차가 더 커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화비평가의 정체성을 가지던 시기에는 나의 글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써 나름 사회에 공헌하고 있으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십년 동안의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내가 곧 한 인간의 거의 모든 환경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세상일에 되도록 눈과 귀를 막고 가장 힘들고 막중한 나의 일, 나의 아이를 키우는 일에 매달렸다.


나의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나를 키워야 한다는걸 알았다. 나의 덩치를 말함이 아니라, 나의 속에 아직 상처받고 굳어있는 채로 자라지 못하고 있는 어린아이를 찾아가서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일을 말함이다.

그동안 어떻게든 피해가던 나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문제를 풀지 않는 채로 있으면 그 문제를 그대로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늙은 부모는 나의 과거를 풀어줄 의지도 인식도 없다. 나 혼자서, 가까운 사람의 지지를 받아 풀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나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구조주의와 원인결과 이론은 입시공부를 할 때나 과학을 할 때는 참으로 유용할 지 몰라도 사회개혁을 할 때나 나를 바꾸려할 때는 참으로 불리한 단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내가 어린시절 받은 양육 외의 다른 방법은 본 일이 없다. 책에 글자로 씌여있는 것을 지금 내가 처음 해보는 벅찬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쉽게 될 리가 없다. 그게 바로 육아의 어려움이다.


나는 내 문제의 범위와 내가 미치는 힘의 범위가 정확히 일치하는 미증유의 사태에 처음 도달해 보았고 정말이지 죽어라 애를 쓰며 잘 해내려고 했다.  

결과는.. 나도 많이 배웠고 많이 바뀌었고 아이들도 그런 대로 잘 크고는 있지만, 사실 지나치게 잘 하려고 해서 문제였다. 모범생기질이 발휘되어 글자 그대로 이상을 실현하려다 보니 나의 아이들은 나처럼 오른쪽으로 가는 문제 대신에 왼쪽으로 가는 문제를 안게 되는, 그런 식인 것이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그 시기를 빠져나와서... 이제는 다시 나의 본래의 위치에 더 가까와진 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다. 내 문제 대신 세상일을 걱정하는 게 더 쉬운 나란 사람의 강점을 발휘하면서도,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십년 이상은 계속 되어야할게 분명한 자식을 키우는 일을 동시에 주요 업무로 지속해야 되는 어려운 균형잡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추상화가 쉬운 인간. 나란 인간. 넷째 손가락이 긴, 남성적인 뇌를 타고 나서 공간지각력이 뛰어난 대신 언어능력과 공감능력, 눈치가 여느 여성보다 현저하게 떨어져서 자신을 혐오하며 자아정체성 찾기에 이십대를 다 써버린 여자.


내가 삼십대를 통과하면서 깨달은 것은 아니 얻은 것은 나의 일이 먼저라는 감각...이기 전에 생활, 시각...이라기보다는 몸의 습관이었다.  

난 지금 세상일보다는 내 일이 중요하다. 세상일에 참견하는 것보다는 내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고, 나의 자아실현이 더 중요하다. 세상일은 남는 시간에 하겠다. 그것이 올바르던 옳지 않던 간에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고 그렇게 하고 싶으며 그렇게밖에는 할 수 없다. 그것이 나의 우선적인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의 고민을 정리한다.

더 이상 나에게는 불필요한 죄책감과 수치심이 없다.



노동자 아닌 여성 그외

실은 옛날에 마르크스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하던 시대에는 노동자보다 농민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요 생산양식이 공장노동이었고 핵심적인 당사자가 노동자였으므로 노동자가 더 '중요하다'고 마르크스는 주장했다.(그런데 공장도 별로 없는 러시아에서 먼저 혁명이 일어나서 당황하긴 했지... 그래서 가짜 혁명이었던가?)

지금 세상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노동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와 소통이 가치를 생산해내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벌써 다음 커뮤티케이션의 주가가 올라가던 2000년대부터는 바보가 아닌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추세이다.


그러므로 이제 시대의 모순을 가장 크게 안고 있고, 문제를 풀어나갈 가장 핵심적인 당사자는...? 그렇다 더이상 노동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인가? 관계의 왕, 소통의 마스터 아니 감정 노동의 끝판왕은 누구인가?

여성이 아닐까... 이제부터야말로 모든 모순을 풀어나갈 시작점이 될 사람은!

 

마르크스의 통찰을 오늘에 적용해본다면 말이다... 방금 세운 가설이다 실제로는 다를 수도 있다. 거시가 아니고 미시, 그게 진정한 포인트일지도 모른다.

 

암튼, 이제는 달라졌다. 전선은 이미 예전에 옮겨졌는데 우왕좌왕하는 PD(민중민주주의론자. 현재 정의당)에 대해서는 '그나마 나은 놈들'에게 주던 지지(나의 한 표)를 이제 철회할 때가 된 것 같다.

(벌써 몇번씩 그때라고 생각했는데 대안세력이 없어서... 우리도 아일랜드의 해적당 같은거 필요하다...! 젊은이들 중심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평평한 정치도구이자 몸!)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결국 우리 삶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인간이 지구파괴를 중단하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못 가진 자들을 착취하고 우리가 자신이 만들어내는 물건의 노예가 되는 일을 중단하는 것은 표 한 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깊이 성찰하고 근본적으로 다시 디자인하는 일을 꼭 필요로한다.


나를 바꾸는 일... 사람이 바뀌는게 제일 어렵다고 하지만, 일생의 위기가 닥쳤을 때는 종종 해낼 수 있다. 나 혼자서 맥락 없이 나의 의지만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매우 힘들다. 그러나, 세팅을 잘 하고, 다른이들의 도움을 얻으면 훨씬 쉬워진다. 사회적 환경을 바꾼다면 틀림없이 가능해진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니까.

 

우리의 환경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이 지금은 지난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하라리는 아예 인간이 스스로를 재설계하고 초인으로 옮겨가는 얘기를 하던데, 사피엔스를 마저 읽고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것이 내 인생

내가 예전에 그렇게 노래를 불러대도 안 나오던 오프숄더, 지금은 마구 유행중이다.
내가 그렇게 왜 만드냐고 불평했던 젊은 여성들을 위한 마소재 옷들, 지금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것이 내 인생인가?

뭐 이제라도 그 옷들을 입으며 행복하면 되는건가... 오프숄더 어울리니 행복하긴 하다. 동안이라 행복해요~~


노브라와 인견 란제리도 그렇게 주장해댔는데 이제 좀 기대해볼까? (인견 란제리는 아직 할머니들을 위한 수준이다 젊은 여성을 위한 패셔너블한거 나오면 즉대박이다.) 아쉬우나마 노브라 대체물로 최소한의 브라 주장했었는데 홑겹 브라는 벌써 좀 유행이 되려고 한다...


나는 사업이랑은 좀 먼거 같고, 그냥 아이디어만 계속 던지면서 살아야지... 그래도 예술쪽 아이디어는 내가 대박내고 싶다...


천생리대 넘나 좋음! 그외

요즘 페북에 생리대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나도 하나 거들기로 했다.

천생리대가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귀찮아서.. 당연히! 일회용을 쓰는 나. 그러나 생리 중반 이후, 양이 많지 않은데도 샐까봐 밤에 오버나이트를 쓰는 것이 아까와서 오버나이트만 한번 써보자, 하고 한살림 천생리대를 주문했다. 그런데... 

정말 느낌이 확 달랐다. 생리통이 줄어들고 불쾌감이 없고 등 얘기는 들어왔지만 어차피 나는 생리통이 몸에 좋은 운동을 시작한 후 확 경감되었고 애를 낳고 난 다음엔 뭐 거의 없다시피 줄어있었기 때문에 거의 기대를 안 하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별로 없던 불쾌감마저 확 없어지는 것이다!


신기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 일회용으로 바꿔하고 나니 즉각 불쾌감이 찾아왔고 특히 생리기간 중이면 늘상 느끼던 '마치 아래로 빨리는 듯한' 느낌이 새롭게 강타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 불쾌한 빨리는 듯한 느낌은 말 그대로 일회용 생리대 안의 흡수겔이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는 걸... 이것은 생리의 자연스러운 불쾌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장 한살림 매장에 가서 대형 소형 등을 사서 실험해 보았다. 정확하게, 빨리는 느낌은 일회용을 했을 때만 생겼다가 천으로 바꾸면 없어졌다. 그리고 양도, 일회용으로 바꾸면 팍 늘어났다가 천으로 바꾸면 줄어들었다.


몇년전부터 생리초반에 급격하게 양이 많이 방출되는게 느껴져서 내가 어디가 안 좋아졌나 고민했었는데... 생리대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강력 흡수겔로 바뀐 것이겠지... 이럴 수가...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그 다음 생리기간엔 천생리대만 썼다. 생리기간 전체를 통털어 나오는 양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여성건강을 위한 중대한 문제다. 나도 그렇고 철분 부족인 여성이 얼마나 많은데... 관련기관의 연구를 촉구한다!


천생리대의 가장 강력한 진입장벽인 '세탁의 귀찮음'은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내가 처음 천생리대를 사본 십여년 전보다 많이 발전해서 한살림 생리대는 천이 부드러우면서도 두껍고 빳빳하고 무늬도 예쁘고 속지 넣는 방식도 괜찮고 세탁이 훨씬 편하다. 대야에 담가놨다가 비벼빨고 세탁기 60도나 삶음으로 돌리면 된다.


그래서 생리를 하는 여성동지들에게 권하고 싶다. 정말 좋으니 한번 해보시라고... 외출이 많아서 어렵다는 분들... 집에서라도 밤에 잘 때라도 해보시라. 샐까 걱정? 양이 줄어드니까 밤에 안 샌다. 실제로 두번째 생리기간엔 밤에 샌 적이 한번도 없다.


외출시에도, 처음엔 밖에 나갈 땐 샐까봐 천을 하기가 망설여졌었는데 양이 줄어들으니 새질 않아서, 그냥 나갔다. 아직 다 쓴 생리대 싸들고 들어오는 시도는 못 해봤다. 그리 긴 외출이 아직 없어서.


생리통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난 잘 안다. 사춘기 이후부터 이십대까지 정말 생리때마다 고통의 나날을 보냈는데 이렇게 문제의 해결이 가까운 데 있었다니... 알면서도 시도를 안 했다니... 참...

 

편리성을 위해 고통을 지불하는 여성들이여.. 그것은 올바른 거래가 아니다! 우리는 잘못 배웠다. 귀찮음의 문제는 천생리대의 성능강화로 완화될 수 있는 것이었고,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천생리대 꼭들 써보세요!



수영을 시키는 이유

어려서 물에 빠져죽을 뻔한 적이 있다. 마침 그 옆에 있던 아가씨들이 나를 구해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운과, 타인의 선의 그뿐이다.
 

물에 빠져죽을 뻔한 후 우울하고도 독특한 세계관이랄지 음악성으로 음악을 하는 여자 가수도 있는 것 같던데... 나는 특별히 물에 빠졌을 때의 경험이 계속 남질 않았다.


단, 어려서 가난한 살림에도 운이 닿아서 YMCA 에서 단기코스로 수영을 배웠는데 깊은 물에서 진행하는 마지막 단계를 못 가고 말아서, 아직도 발이 땅에 안 닿는 상황에서는 수영을 못 해봤고, 그 두려움은 다 극복을 못한 상태다.


그래서 애들은 일찍부터 수영을 시켰다. 작은애는 아예 아기수영을 했다. 엄마품에 안겨 물 위에 동동 떠서 수영시작...! 큰애는 아토피 걱정과 정보 부족으로 못 했지만... 그래도 동생보다 늦게 시작해서 벌써 접영을 배운다. 엄마보다 앞서간다.


아이들이 다니는 수영장이 양재에 있는 최고로 물이 좋은 곳이니만큼, 엄마들이 보통 '고급한' 욕구를 갖고 수영을 시키러 온다. 내가 애들 물에 빠져죽을까 무서워 수영시킨다면 다들 웃곤 했다. 요즘엔 안 웃는다...


나는 정말 그것이 두려워 수영을 시키기 시작한 것인데... 이제는 흐릿해진 것 같다. 요즘 내 일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보니 그만 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세상이 내 생각보다는 안전하다는 걸 깨달아서가 아니라, 단지 둘째 낳은뒤 머리가 나빠지면서 모든 오래된 기억들이 그 생생함을 잃어서 그렇다. 무서워해야 할 것도 그렇게 무섭지가 않고, 걱정해야 할 것도 그렇게 걱정스럽지가 않다. 그저 남들 수준 정도로 내려온 것 같다. 간혹 남들보다 더 내려갈 때가 있어 그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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