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듬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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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로그


인스타그램 그외

하얀 눈 덮힌 풍경속,
투명한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비추는 호숫가,
빠알갛게 물든 단풍잎들 그 활짝 핀 웃음 사이로,
그곳에 가고 싶다...

인스타그램의 세계에서 나는 내 소녀시절의 꿈을 본다. 어여쁜 꽃들과 나지막한 찻잔 부딪히는 소리... 낮은 울타리 너머의 빨간 지붕의 집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말하자면 <빨간 머리 앤>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려내던 유럽의 꿈이 보슬보슬 피어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일순간 내 숨을 멎게 하는 숭고한 풍경들! 그 속에 내가 한 걸음 걸어들어길 수 있다면! (지금은 애들이 어려서 아무 데도 못 가지만... 언젠가는!!!) 하는 꿈이 있다.

내가 지금 올릴 수 있는 그나마 멋진 사진은 구름과 하늘뿐이다. 내가 소시적 몹시도 사랑하던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수채화로는 그 질감을 내기가 힘들어서, 언젠간 유화로 똑같이 그려야지 하는 꿈을 품었었지만... 사진이 더 쉽다는 걸 요새 깨닫고 있다;;; 아이폰으로 뚝딱 찍어 필터 살짝 쓰면 된다는...  프레임만 잘 잡으면 된다. 하늘이 완벽해지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가을 초입의 그 끝내주는 하늘은 그리 오래 가지를 못 한다는...ㅜ.ㅜ;

가을 겨울이 되니 인스타그램은 온통 숨막힐듯 아름다운 단풍과 눈 내린 풍경사진으로 도배가 되었는데 아... 나는 올릴 것이 없다. 왜 이리 나의 가을은 누추한 것일까? 딱 한번쯤은 나도 근사한 단풍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나는 아침 운동시에 아이폰을 갖고 나가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기에 비 온 후의 빨갛게 물든 단풍을 찍지 못 하였다... 그후론 좋은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일부러 사진기 매고 나가서 좋은 데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엔... 나의 일상 속에서 촉촉한 단풍 사진 하나 남길 기회가 없다는... 현실. 칙칙한 아파트와 간판 누덕누덕한 건물들 외에는 뭐 잡히는 것이 없어서 편하게 각도 잡을 일이 없는 서울의 현수준... 참 그렇다. 가난하다.

그래서 주변의 물건들을 조금씩 찍어보고, 예전에 이탈리아 여행 가서 찍은 끝내주는 사진들을 어떻게든 PC로 올려봐야겠는데 기술적인 난관이;;; 있다.

그래도 굼벵이처럼 그나마 그림이 좀 되는 내 주변의 샷들을 찾아 인스타그램에 올려보고, 소소하게 좋아요와 댓글들에 기뻐하면서, 기다린다. 자유가 올 날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음악

비제의 <카르멘> 디비디를 보았다. 내가 소시적 티비로 보았던, 투우사가 권투선수로 바뀐 현대적 연출의 영화가 너무나 재미있었고, 테이프로 마냥 듣던 카르멘 음반도 너무 멋지고 좋았었는데, 엘리나 가랑차의 2010년 메트 공연은 완전... 멋졌다.

다른 오페라 디비디는 아무리 감동을 받아도 금새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안나는데, 카르멘은 금새 또 보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했다. 아마도 보통 아름다운 아리아나 중창이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좋더라도 그냥 나중에 얼마든지 유튜브로 보면 되는데, 극이 휘몰아치며 진행되는 장면은 그게 안 되니까, 떨어트려서 보면 재미가 없는거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의 합창도 정말 신선하고 대충 넣은 장식이 아니라 극과 어우러지는 본격적인 것이었고, 담배공장 여자들이 싸우는 장면이랑 술집에서 춤추는 장면, 투우사의 노래 장면은 어찌나 멋진지... 파워풀한 여자들의 합창과 액션에 완전 충격... 마치 시스터즈 그룹처럼 춤추며 노래하는 세 여신들이 다 가수들이었다는 충격!

 

투우사의 노래는 마치 예전 소시적에 볼 때처럼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멋진 장면이었다. 게다가 에스카밀로 투우사님 왜 그리 날씬하신지... 요즘 보니 베이스들이 좀 (형체가) 긴 것 같다. 같이 등장하는 단역 투우사들까지 모두 세트로 날렵하게 차려입고 떼거리로 무대를 누비고 다니니까 눈이 호강!!!이라는 말이 바로 이걸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리고 서곡을 연주할 때 등장한 남녀 무용수들의 공연도 정말 훌륭하고, 극의 내용을 상징하는듯 묘미를 살려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역들의 노래와 연기도... 완벽했다. 가랑차야 본래 믿고 보는거지만 처음 본 테너 알라냐는 좀 나이도 들고 배도 나오고 한거 같아서 과연 순진한 청년 호세가 잘 나오려나 싶었는데 갈수록 몰입시키는.... 나중엔 정말 카르멘 찔러죽이고도 남을듯 싶은 변신을 보여줬다.


그리고 돈 호세를 사랑하는 시골 처녀 미카엘라. 전통적인 오페라의 순진하고 희생적인 처녀의 역할을 맡아 주인공이 못 되고 주변으로 밀려나면서도 끝까지 돈 호세를 사랑하고 그를 위하여 행동하면서 나 여기 살아있음을 주장하는, 강단있는 모습에 어쩌면 이 여자가 이 오페라의 진정한 히로인일지도 모르겠다는 그리고 카르멘은 조연이 아닐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만큼 극이 카르멘에 대해서는 몰입을 허용하지 않는, 기존 질서에 반항하는 주변부의 반항아로서의 타자화된 알 수 없는 캐릭터로 그려가고 있다.


'랄랄라~' 하고 심문하는 상사의 질문에 노래로 답하는 카르멘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처음 등장에서 하바네라를 부르며 섹시하고 위풍당당한, 어쩌면 요즘 관객들에겐 거의 클리쉐로 보이는 전형적인 여걸의 모습으로 보여졌다면, 동료와 싸우다 폭행죄로 감옥에 끌려가면서도 자기를 변명하기 위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무대뽀의 태도라는 게 정말... 법치나 지배 제도의 정당성이나 기타 등등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담론 투쟁이랄까... 뭐 거의 그런 느낌의 장면이었다.


전체적으로 카르멘이 섹시함을 강조하기보다는 강인함과 자유의지, 계급적 리얼리즘을 강조하기 위해 섹시함을 절제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엘리나 가랑차 자체가 워낙 잘 생기고 훤칠하니(이런 말이 어울린다;;;) 키도 크고 위엄있는 여성이기도 하지만(그래서 주로 소프라노의 조역으로 등장하는 메조 소프라노의 처지라 덜 카리스마 있게 보이고, 덜 주인공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화장과 의상 약간, 연기 약간만 변화시키면 거기 앉은 남자 관객들을 모조리 실신시켜버릴 수 있을 정도의 포스가 나올 것임을 95% 확신하는 바이다... 일부러 안 한게 맞다. 카르멘의 섹시함을 소비하지 않고 그 여자의 인생으로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보기 위해서 절제한 것이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인정은 하는데 약간 섭섭하긴 하다는 것이다. ^^;;; 완전 다 쓸어버릴 수 있었는데;;;;


마지막 장면 직전의 시스터즈와의 우정어린 포옹도 인상 깊었다. 자기에게 닥쳐온 운명을 예지하면서도 자기 생긴 대로, 자신의 윤리 대로 살아가겠다는, 도망치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카르멘이라는 여자의 의지, 그리고 그 행동이 그저 대책없는 철없는 십대식의 무지와 반항이 아닌 독립적인 한 인간의 의지와 선택임을 바로 그 포옹 장면에서 미루어 알 수 있었다.


여러 모로 다른 주요 인기 오페라들과는 다르다. 메조 소프라노가 주인공이라서 워낙에 가볍고 높은 음색의 내가 (불러보기를) 꿈꿔볼 오페라는 아니지만 정말 매력적이다. 소시적에는 하바네라나 집시의 노래 많이 따라부르고 했는데... 지금도 한번 해볼까? 과연 내 목소리와 역량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그 파워와 볼륨이 안 나올텐데... 대신 추구해볼 만한 것은 간드러지는 섹시함이나 카랑카랑한 성깔밖에 없는데 참, 둘 다 어려운 과제다...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다니 민족주의 음악도 참 근사하다. 프랑스어로 된 다른 오페라들에도 관심이 생긴다. 역시 자기 나라말로 극을 만들어야 재미있고 훌륭한게 나오는 것이다!


2016.9.18.


벨리니 <청교도>, 소프라노 대신 테너 음악


나의 오페라 디비디 취미가 점점 더해져간다. 아마존에서 벌써 몇개가 날아오는 건지... 첨엔 한국출시반으로만 유명하고 싼걸로 샀었는데... 옛날것들은 노래는 훌륭하지만 연기와 연출이 아무래도 고풍스럽다. 양식적이고. 요즘 공연은 참으로 때깔도 좋다. 의상도 아름답고 연기나 연출이 훨씬 자연스럽고 비교적 사실적인 편이다. 벨리니의 <청교도>를 사봤는데 남자들 병사들이 모두 어여쁜 칼라 달고 나오는 크롬웰 시절의 시대극이란 것이 참... 흐뭇한 것이다.


한국출시가 아닌 것은 가격도 좀 그렇지만 영어자막이냐 이탈리아 자막이냐가 좀 고민인데.. 옆에다 폰 놓고 사전 찾아 가며 들으려니 좀 고단하긴 한데 그래도 이탈리아말로 들으면서 자막을 보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때는 매우 명료한 느낌으로 극이 다가오기 때문에 좋다. 그런데 모르는 단어가 연달아 나오면 참 대책이 없이 안개가 낀듯한 느낌... 아마도 처음엔 영어로 다음엔 이탈리아어로 보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한번 보고 나면 두번 볼 마음이 금방 들진 않는다. 오페라 디비디는 아무래도 영화 같은 느낌이라서.. 음반은 몇번씩 들을 수 있지만...


헉.. 오페라 시작하고 십여분이 지나 이제야 주인공이 나왔는데 드레스가 너무 예쁘다. 안나 네트렙코도 예쁘고... 목소리가 무겁고 둔한 것도 신경이 안 쓰일 정도...였는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니 좀 거슬리긴 한다;;; 그리고 정말 음정이 떨어진다. 나도 예전 같으면 몰랐겠지만 이제 귀가 이미 너무 좋아지고 있어서... 고클에서 왜 그리 까대는지 좀 이해가 갈듯도...


암튼 아직 젊고 예쁘던 시절이라 머리모양도 단촐한 듯 자연스럽게 가슴뻥도 안 넣고 자연스럽게 한 것이 모두 예뻐 보인다 연기도 잘 한다...라고 하기엔 좀 뻣뻣해 보이긴 하는데, 삼촌역 하는 베이스 넘 멋지시다... 미노년이 따로 없다 훤칠날씬... 칼라깃도 넘 예쁜게 잘 어울리심...


모든 사람들이 한 여자를 불쌍히 여기며 느릿느릿 진행되는 것이 좀 지루하다. 낭만주의는 이런건가... 이 시절 작품들은 그런가부지...하고 가는데 플랫되는 음정을 계속 참고 들으려니 괴롭다. 가장 깊게 사람의 가슴을 꿰뚫어야 하는 때에 플랫되어 거슬리는 노래;;; 인내심을 시험한다. 딱 이제 감동을 받으려고 하면 차단하고, 잊어버릴만 하면 다시 시험에 드니... 다행히 광란의 장면에서 지르기는 좀 덜 떨어지고 넘어갔다.


다시는 네트렙코 디비디를 안 사기로 하고... 너무 쉽게 타협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좀 들더라도, 나의 취향과 심미안을 존중하면서 까다롭게 골라야겠다.

 

그런데 왜 벨리니는 노래가 다 그리도 아름다운건지... 오케스트라 선율도 너무... 사람 미치게 좋아버린다. 그 시대가 가버린 것이 아쉽기도 하다. 요즘 시대에도 또 훌륭한 음악가는 계속 나오겠지만... 오케스트라, 그리고 마이크 없는 시대의 잘 지어진 극장과 마이크 안 잡은 가수의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한의 도전과 기교, 직접 우리의 뇌를 진동시키는 울림의 조화는 더 이상의 발전을 바랄 수 없겠지...


사실 <청교도> 디비디를 뭘 살까 고민할 때 유튜브로 최신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테너의 미성이 너무나 감동이었다. 그러나 나는 오페라 디비디는 소프라노가 누구인가에 따라 사는 것이라고 의심없이 생각하던 사람이었기에 네트렙코의 디비디를 주문해 버렸다. 플로레즈의 공연도 테너는 좋았지만 소프라노가 네트렙코 못지 않은 무거운 소리였기 때문에 그렇게 맘에 드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음정 떨어지는 문제 같은건 당연 없었지만.) 무대도 너무 어두운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네트렙코판의 밝고 부티 좔좔 흐르는 시대극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네트렙코도 <청교도>는 괜찮다는 고클의 누군가의 조언을 따라간 것인데... 보는 내내 잊어버릴락하면 튀어나오는 음정 플랫에 감동이 차단되는 고문을 당하게 되면서 몹시 후회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은 아 그 테너 목소리가 정말 좋았는데... 그 노래가 참 아름다왔는데... 그래서 유튜브를 찾아 들으면서 또 다시 이는 감동의 물결... 왠지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 이후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테너가 생겼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참 너무 마이 끝내준다... 여자보다 더 높이 그냥 좍좍 올라가 버리는...ㅠ.ㅠ;(나보다 높이는 아니지만^^;) 그 남자에게서 터져나오는 사랑의 감정, 그리고 가슴을 직격으로 얻어맞는 감동이란..ㅜ.ㅜ;;


그리고 플로레즈판은 테너 외에도 소프라도도 (음색은 내 취향이 아닐지언정) 잘 부르고, 베이스도 질투하는 남자 바리톤도 모두 잘 생기고 노래도 잘 하시더라는... 이렇게까지 골고루 훌륭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싶었다. 연출과 무대도 좀 어둑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 어우러져버 볼만했다. 모두가 훌륭하니까 감동이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앞으로 벨리니의 <청교도>는 무조건 플로레즈판으로 추천하기로.


그래서 나도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 즉, 이제부터는 소프라노 그만 따지고 테너를 따라서 디비디를 사기로.^^ 고민이 좀 줄어들 것 같다. 내가 소프라노한테 좀 까다로와서... 정말 요즘 공연의 디비디를 사기 힘들다. 미모도 되고 노래도 되는 비교적 젊은 소프라노들이 요즘 많은데, 좀 노래가 완벽한 사람이 없다. 대충 넘어간다. 디아나 담라우 정도의 레벨만 되면 군말 없이(너무 이상한 현대적인 연출만 아니면;;) 접수하겠는데, 좀 그렇다. 모자란다.

 

하지만 테너는 플로레즈도 너무 좋고, <돈 파스콸레> 무티 최근반의 테너도 완전 미성이라 마음에 든다. 단, 이런 미성의 오빠들 옆에는 꼭 무거운 목소리의 언니들이 붙어있어서 좀... 아쉽다. 테너가 미성이니까 소프라노가 약간 무거워주는게 어울리게 되는 면도 있기는 하지만... 영화에서 미남 나온다고 미녀는 안 나와도 섭섭치 않다는 좀 아니지 않나? 물론 <돈 파스콸레> 같은 경우는 여주인공이 젊은 과부니까 좀 성숙하고 농염한 언니 같이 보여도 상관은 없긴 한데... 그래도. 생긴건 그리고 하는 짓은 팔랑팔랑한데, 목소리는 진중...

 

<청교도> 같은 경우는 특히나, 사랑하는 남자가 결혼식에 다른 여자랑 도망갔다고 실성해버리는(당대 유행하던 오페라 레파토리라고;;;) '유리멘탈'인 여자인데 목소리가 가녀린 느낌은 없고 진중하고 안정적인... 하... 좀 안 어울린다. 남자 목소리는 이십대 중후반 정도의 로맨스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나이로 들리는데 여자 목소리는 삼십대 중후반 정도... 위엄있는... 좀 바람직하지가 않다.(음정 떨어지는 문제도 아니고 음색이 딱 안 맞는다고 배부른 투정한다고 타박한다면... 그래, 나 욕심 많다. 하지만 예전엔 소프라노가 음정 안 틀리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시절이 되었나.)

 

콕 집어서 말하자면 신영옥 같은 목소리가 딱 어울릴 것 같은데 왜 없나 모르겠다. 내 취향이 뭐 신영옥 같은 청순가련형의 청아한 목소리이긴 한데, 요즘 소프라노들은 왜 그리 다 소리가 두터우신지.(담라우 빼고.) 예쁘고 날씬하니까 목소리는 가녀리지 않아도 좋다는 것일까? 그래도 오페란데 노래가 주인 공연인데 목소리가 예뻐야 되는거 아닌가 하는게 나의 생각... 물론 그렇게 되면 마리아 칼라스는 자동으로 탈락이긴 하지만... 칼라스를 설명하려면, 역시 듣는이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 그래도 칼라스의 질다는 좀 안 어울렸다. <노르마>나 <라 트라비아타>처럼 좀 무겁거니 드라마틱한 쪽으로는 정말 완벽하지만.

 

나도 요즘엔 성악 공부할 때도 칼라스 여신님만 추앙하지 않고 캐서린 배틀처럼 가볍고 팔랑거리는 목소리에도 많은 경애를 바치고 있다. <사랑의 묘약>이나 <돈 파스콸레>, <세빌리아의 이발사> 같은 오페라들은 가벼운 목소리가 딱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묘약> 디비디 사면서 네트렙코 안 사고 파바로티와 캐서린 배틀을 산 것이 천만다행이었다고... <청교도> 네트렙코판를 보고 나서 안도했다. 다시는 무리해서 나의 취향과 감수성을 거슬러 가며 네트렙코를 사지 않겠다. 뭐 이젠 소프라노 너무 따지지 않고 테너 따라 가기로 했으니까...^^; 약간 욕심을 덜어내고 일단 오페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정도에서 만족하고 선택하기로.

 

ps- 그런데 플로레즈 때문에 산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플로레즈는 좋은데 상대역 소프라노가 몸매만 보고 뽑았는지 목소리가 너무 시장 아줌마 같은 삘이라서;;; 차마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다는;;; 참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다.


2016.9.18. 


아침 달리기 그외

오늘 아침 집안에서 하는 아침 운동을 다 하고 나서 이제 슬슬 나가려는데 딸래미가 일어나버렸다. 하지만 오빠와 같이 뽀로로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만들라고 이르고는 조심스럽게 일어나는 나에게 딸래미는 어차피 자기는 오빠랑 이걸 할거였고 엄마가 필요없었다면서 '엄마, 안녕~' 한다.

아... 아이는 자라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일년전, 내가 새벽 달리기를 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에게 있어 최대 난관은 둘째가 깨어 울까봐 무서운 것이었다. 게으름도, 추위도 아니었다. 나는 이미 아침 운동(주로 실내에서 하는)에 길이 든 사람이다. 제때 깰 수만 있다면, 즉 너무 일찍 깨거나 너무 늦게 깨지만 않는다면 실행에 문제가 없다.

 

그래도 여름을 지나면서 밤에 너무 더워서 늦게 자고, 새벽 하늘은 너무 빨리 밝아와서 늦게 나가기는 좀 그렇고, 매일 하던 운동의 세트 구성을 달리하여 새로운 운동을 무리해서 심느라 습관이 흔들리고, 아이폰 중독까지 가세해서 아침 운동은 점점 안 하게 되었고 달리기는 더더욱.

 

찬 바람 불면서 다시 나가는데 이제는 더 이상 새벽 달리기가 아니라 아침 달리기다. 그래도 슬프진 않다. 왜냐면 수면습관은 전보다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너무 일찍 안 깨는 것이 나에겐 정말 기쁜 일이다. 새벽 3, 4시에 깨어서 하루종일 잠이 덜 깬 채로 애 둘을 건사하는 피곤한 삶이 나의 뇌를 많이 해쳤다. 둘째 낳고서 정말 머리 많이 나빠졌다.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아직은 회복할 시간이 남아있다. 정열도 욕망도 다 그대로 남아있다. 애 키우는 십년 동안 흘러간 내 인생, 달라지고 새로워진 나 자신은 어느 한 켠에 있고, 다시 나의 일에 집중하고 복귀하려는 나는 십년 전의 나로 그대로 돌아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나이 먹었어야 할 것 같은데, 왠지 무시할 만하다. 내가 운동을 하고, 건강하고, 끝내주게 노래할 수 있는 동안에는 나의 연속성을 그대로 인정해도 될 것만 같다.(오히려 그 동안 갈고 닦은 새 기술들이 늘어 풍족하기도 하다. 내게 부족한 것은 오로지 시간뿐.)


그래서 달린다. 달릴 수 있는 만큼, 난 젊다.


-> 새벽달리기


자전거 육아

둘째가 이제 세발 자전거를 졸업할 때가 되어 오빠가 쓰던 두발 자전거를 자전거 가게에 가져가 보조바퀴를 달았다.

연휴에 부산 내려가서 계속 고기와 생선, 오뎅을 끼니마다 먹어대어서인지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막 자전거 타러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내가 충동질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었는데, 내가 자전거 타고 좀 도는 것도 여의치 않은 중에 '태연아, 이제 태연이도 두발 자전거 탈까?' 물으니 같은 동 사는 5개월 어린 친구도 벌써 보조바퀴 달린 두발 자전거를 타는걸 보아선지, 말 꺼내자 말자 좋다고 나섰다. "근데 두발이 아니라 네발 자전거야."

세발 자전거 들여놓고 두발 자전거 갖고 내려오고 등등을 하느라 시간 좀 보내고 났더니 그새 첫째가 아빠한테 좀 가르침을 받았다고 갑자기 실력이 좋아져서 쌩쌩탄다. 참 기뻤다.

우리 아들이 한참 자전거를 배워야할 5, 6살 때 이런저런 집안 큰일들로 넘어가고, 특히나 내가 둘째를 가지고 나서는 정말 이제는 배워줄 마지막 타임인데...ㅜ.ㅜ;; 하면서도 도저히 내가 해줄 수가 없는 형편이라 어쩔 수 없이 넘어가 학교 가고 둘째 좀 키워놓고 숨 좀 돌리고 나서야  다른 친구들은 동네를 쌩쌩 달리는데 이제야 보조 바퀴 떼고 본격으로 타려니 겁도 나고 나이 어린 동생들 앞에서 체면도 안 서고 참 자전거 배우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내 자전거를 들여다놓고서 둘째를 두발 자전거에 태워 붙들고서 땀 삐질삐질 흘리며 자전거 가게로 가서 보조바퀴를 달았더니, 금방 잘 탄다. 참 기뻤다. 처음에만 좀 잡아주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혼자서 잘 달렸다.

내 자전거를 다시 꺼내서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 놀이커 주위를 크게 돌면서 턱 지나는 법, 찻길 바로 앞에서 조심하는 법 등을 가르치며 뺑뺑이를 돌았다. 두 아이를 한큐에 데리고 자전거 연습을 시킬 수가 있다니...ㅠ.ㅠ;; 정말 기뻤다.

그 동안은 얘를 데리고 가르쳐주려면 쟤가 삐지고, 쟤를 데리고 놀아주다가는 얘가 혼자서 잘 안 되니까 흥미를 잃고 금방 놀이터로 뛰어가버려서 정말이지 힘들었었다. 아빠가 나와 줘야 겨우 첫째 연습을 시킬 수가 있고, 내가 연습할 짬도 겨우 났었다.

이제 아들이 좀더 기술을 연마해서 자전거 도로로 나서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딸래미와 함께 둘이서 속닥속닥 앞으로는 네 식구가 자전거 타고 파스텔 시티 가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오다가 초콜렛 사자 하며 즐거워했다. "오빠만 더 잘 하게 되면 넷이서 파스텔 시티에 갈 수 있어. 왜냐면, 나는 아빠 자전거 뒤에 타면 되니까!" "맞아!"

오늘의 자전거 타기는 기쁨의 삼종세트였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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