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듬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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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공주 육아

옛날에 단백질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단백질 소녀는 단백질만 좋아해서 고기랑 생선이랑 계란만 좋아하고 채소는 좋아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어느날 외할머니가 너무나 맛있는 된장을 주셨어요. 단백질 소녀는 쌈배추를 된장에 찍어먹어 보고는 너무나 맛있어서 채소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엄마, 채소 더 주세요!' 하고 외치는 채소공주가 되었답니다!


둘째가 원래부터 좀 채소를 먹기 싫어하고 생선과 고기만 좋아하고 계란프라이 없으면 밥을 못 먹고 그랬는데,늘 쓰던 정공법이 안 통하니까 하루는 우화 기법을 써보았더니...

저거소년 이후 또 하나의 역작을 쓰다! ^^

채소공주가 나물을 또 잘 먹게 되니 나물공주로 변신하기도!

2017.1.13.

애 잘 낳는 법 육아

내가 알고 보면 애를 둘이나 키우고 있는, 애 키우는 게 너무 어려운 현대 여성으로서 여러가지로 공부를 많이한(육아 관련 서적만 백권 이상을 사들인;;;) 사람이다. 내 경험과 지혜를 다른 여성동지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것 같아서 앞으로 종종 아이 키우는 법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겠다.

첫번째, 애 잘 낳는 법.


애를 잘 낳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이야기하는 한 가지 진리!를 잘 기억해야 한다. 애낳기는 엄마가 하는 것이 아니다. 애낳기는 애가 나오는 것을 엄마가 거드는 것이다. 분만 과정을 흔히 진통기(애 내려오기)와 만출기(애 밀어내기)로 나누는데, 만출기에는 엄마가 좀 힘을 쓰지만 진통기에는 힘을 전혀 안 써야 안 아프다. 사실 힘을 쓸 일이 없는 것이다. 일은 아기가 하니까. 엄마는 그 길을 열어주는 역할만 잘 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애낳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가득찬 산모에게는 특히 첫째를 낳는 산모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애 낳는 일은 95%가 멘탈이다. 애 두번 낳아보고 전문가처럼 말하려는건 아니지만... 나의 경험으로 보건대, 그리고 임산부 명상 요가 센터에서 배운 것들에 비추어 보면 그런것 같다.(5%는 신체조건이다. 그래서 옛날에 요즘처럼 제왕절개 수술을 아무나 쉽게 받을 수 없던 시절에는 애낳는 여자의 5%가 죽었던 것이다.;;)


그리고 몸 만들기도 중요하다. 애를 잘 낳으려면 몸이 가벼워야지 무거우면 안 좋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선 섭생도 잘 하고, 운동도 적절히 하고, 잠도 잘 자고, 무엇보다도 무리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애낳는 일은 95%가 멘탈이고 5%는 자연분만이 가능한 나의 골반 등 신체조건인데 왜 몸관리를? 그래야 쉽게 낳기도 하고, 옆에서 유도분만하라고 제왕절개하라고 들볶지를 않는다.;;)


그런데 나는 성격상 몸에 나쁜 음식 안 먹는 건 정말 열심히 했는데 원래 스트레스 잘 받는 체질이라서 그게 좀 힘들었고, 첫째를 낳은 후에 밤에 젖먹이다가 불면증이 생겨서 둘째를 임신하고서는 그게 너무 심해져서 참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둘째는 참 잘 낳았다. 왜냐면, 애 낳는 일은 95%가 멘탈이니까.


첫째때는 아무래도 거부감과 두려움이 커서 힘든데, 나는 긴장을 매우 잘 하는 체질이라 더 그랬다. 임산부 요가를 하긴 했지만 내가 원래 그렇지, 마음은 못 내려놓더라도 몸이라도 풀고 가자, 란 식으로 그런 한가한 생각으로 임산부 요가를 설렁설렁 했고 결국 아이 낳는 일이 아주 힘들었다. 자연스러운 출산을 하겠다고 조산원을 찾아 멀리 부천까지 갔는데 하필 또 집에 자동차가 없어서 택시를 불렀는데 서울 택시기사 양반이 부천의 길을 몰라서 한참을 헤매느라 애 낳을 때가 다 되어가는데 택시에서 화장실도 못 가고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느라고 참... 고생을 해서인지, 아니면 낳고 싶을 때 빨리 낳아야 되는데 조산원이 아직이라고, 원장님 오실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서 그걸 또 고지식하게 따라서 나오고 싶다는 애를 말리고 참느라 힘을 다 써서 그런건지... 애 낳고 회복도 잘 못 했다. 조산원에 간다니까 양가 어른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말리는 속을 뚫고 가느라 애 낳고 나서 한달이나 지난 후에야 산부인과에 갔다는... 그래서 좌욕을 해야 회복이 잘 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ㅠ.ㅠ;;(그러니까 자연주의 출산도 좋지만 남들이 안 하는걸 할 때는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암튼 그래서 둘째 때는 정말 죽어라? 열심히 임산부 명상 요가를 했다. 나한텐 참 안 되는 마음 내려놓기를 열심히 꾸준히 수련했다. 그래서 잠도 못 자고 몸은 무겁고 이사 2번에 온갖 스트레스를 받았으면서도 애는 잘 낳았다. 그러니까... 참 믿기 힘든 얘기지만, 아프지가 않았다. 물론 애가 내려오느라 내 골반뼈가 다 벌어지고, 관절이 다 열리는 아주 이상한 느낌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진통이라고 흔히 부르지만 사실 통증은 아닌 것이다. 내가 그것을 거부할 때만 통증이 된다.)이 올 때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지나가도록 숨을 내쉬고, 남편이 뒤에서 지압점을 눌러서 도와주면, 아프지 않다. 뭐 어쩌면 둘째라서 더 쉬웠던 걸 수도 있고 첫째 낳고 이미 골반이 벌어져있어서 쉬웠던 걸 수도 있고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여러 케이스를 보지 못 해서 확신을 할 수 없다. 아무튼 나는 그랬다. 그런데 나는 긴장도 엄청 잘 하는 사람이고, 잠도 잘 못 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임신기를 보냈지만 안 아프고서 둘째를 낳은 케이스라는...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시간도 얼마 안 걸렸다.

 

아쉽게도 만출기때는 밀어내기가 좀 힘들어서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것도 내가 힘이 빠져서는 절대 아니고 나는 요가 교실에서 배운 대로 밀어내기를 하고 싶은데 내가 갔던 병원에서는 그 병원의 방식대로 지도를 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상담할 때 요가에서 배운 식으로 하겠다고 얘기하고 그러마고 해놓고는 막상 그때가 되니 잊어버리셨는지... 하지만 항의를 하거나 내 마음대로 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애를 낳을 때는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연약하고 불쌍한 처지의 동물이 된다. 갓난 아기가 엄마에게 의존하듯이 도와주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고, 그래서 그들의 뜻을 차마 거스르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부터 내 원하는 대로 해줄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미리 충분히 생각하고 알아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꼭 나이가 많은 요즘 산모들에게는 특히나 임산부 명상 요가를 할 것을 권하고 싶다. 내가 배웠던 곳은 원래 그냥 명상 요가 센터였는데 임산부 요가가 점점 커지더니 나중에 아주 유명해져버린 곳이다. 내가 그곳의 산증인이다. 처음에 결혼 전에 내가 다닐 적엔 일반 클라스 뒤쪽에 임산부들이 한두 명 있는 정도였는데 큰애 가져서는 벌써 임산부반이 여럿이 되었고, 둘째를 가져서 갔을 때는 임산부 요가 간판이 커다랗게 걸렸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절대로 허수가 아니다. 거기서 나온 책이나 싸이트에 후기가 많이 있지만, 정말로 나이도 많은 산모들이 애를 씀풍씀풍 잘 낳는다. 보통 산모들이 다니는 일반 병원에서 비인간적이고 의료진 편의 위주의 처치를 받으면서 낳는데도 말이다.(나는 그런 데에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 조산원에 자연주의 출산병원을 찾아갔었지만.)

아무튼 결론만 콕 집어 얘기하자면 임산부 명상 요가를 꼭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애를 잘 낳는 법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를 버리고 아기를 따라가는 것이다.


내가 태극권을 몇년째 꾸준히 수련하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태극권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사기종인'이라고, 나를 버리고 상대를 따르는 것이다. 태극권에서는 다른 권법들과 다르게 내 힘과 의도를 가지고 상태를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의도를 내 몸이 읽어 자동으로 처리, 상대의 힘을 그대로 되돌려준다. 그러면 상대가 붕 하고 날아가는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못 해봤는데, 앞으로 시간이 좀더 생기면(애를 둘이나 키우다 보니 욕심은 나는데 시간이 참 없다.) 좀더 공부를 깊게 들어가서 그 경지를 느껴보고 싶다.(붕 날아감을 당해보고 싶다.^^;)

 

아무튼 애를 낳을 때는 사기종인과 아주 유사하게, 나를 버리고 아기를 따라야 한다. 아기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가면, 아기가 잘 나온다. 즉 아기가 사령관이고 나는 부하다. 아기 말대로 엄마가 잘 따라줘야 문제가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떻게 어른이 아이에게 명령을 해야지 반대로 하나! 라는 의문이 드시는 분들은 석달만 갓난아기를 키워보면 일찍부터 반대를 연습하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 것이다. 아기가 나올 때도 그렇고, 아기가 나온 뒤에도 한참 동안은 엄마는 마치 자기가 아기의 일부인양, 수족인양 아기가 원하는 바를 척척 처리해주어야 되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육아고, 잘 되는 길이다.


그러므로 아기를 잘 낳는데 안 좋은 것은 당연히 아기 마음대로 나올 수 없게 하는 의료환경과 관행, 특히나 유도분만과 무통주사다. 요즘엔 아기가 조금만 커도 크면 낳기 어렵다고 의사가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고, 촉진제를 맞으면 자궁의 일부는 반응을 해서 낳을까? 하는데 아기는 아직 나올 의사가 없으므로 나오지를 않고, 결국은 제왕절개로 가는 수순을 (대개는) 밟게 된다. 그러므로 아기가 조금 크면, 운동을 하고 먹을 것을 줄여서 아기가 더 크지 않게 해야하고,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너무 아기가 크지 않도록 섭생과 운동에 유의해야 한다. (나중에 고생해도 괜찮고 당장의 쾌락(맛있는 음식과 익숙한 도시 생활)이 중요하다면 뭐 그렇게 해도 되지만 일반 한국의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그런 식으로 하게 되면 제왕절개로 갈 확률이 3분의 1 정도가 되는 것이다.

 

무통주사는 왜 이름이 무통주사로 붙혀졌는지 정말 의문인데, 왜냐면 산모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무통주사를 맞아도 안 아픈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은 산모들이 애낳기의 두려움에 떨기 때문에 맞겠냐?고 물으면, 그리고 남들도 많이 한다고 하면 맞게 된다. 그러나, 내가 첫째를 낳을 때만 해도 무통주사를 맞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되었다. 그런데 6년후 둘째 낳을 때 되니까 대부분이 맞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거다! 우리 언니가 조카를 낳을 때만 해도 무통주사라는 건 거의 맞는 사람이 없었는데!! 무통주사라고 하는 놈은 통증을 마비시키는 약물이다. 이 주사액이 아기에게 들어가면 아기가, 분만이라고 하는 전 과정을 주도할 책임자인 사령관이 머리가 멍하니 약에 취한 채로 진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약에 취해서 하는 일이 얼마나 잘 되겠나!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안 아프고 싶으면, 단지 마음을 놓고 몸을 풀어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혼자서는 쉽지 않겠지만 좋은 임산부 명상 요가 센터에 가서 배우면 할 수 있다. 그건 내가 증언한다. 하나도 안 아프다. 그것이 가능하다. 물론 내가 둘째라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첫째애까지 완전 안 아플 것을 보장은 못 한다. 하지만 별로 안 아프고, 오래 걸리지 않고 애를 쉽게 낳는 것은 산모의 건강과 앞으로 아기와 함께 할 많은 날들의 컨디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내 경험으론 육아태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 위대한 반복


이십대 초중반인 분들까지는 굳이 안 권하겠는데, 서른 넘은 산모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다. 물론 요가 같은게 체질에 안 맞아서, 더 활동적인 다른 운동을 해도 임신기간을 잘 보내는 데엔 무척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마지막에 아기가 나오는 순간을 잘 하려면, 임산부 명상 요가만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요가가 싫은 분들은 (나는 안 해봤지만) 임산부 수영을 하고서 (둘째를 나도 그렇게 낳았는데) 수중분만을 하는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수중분만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따듯한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이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낳기의 문제는 대부분(95%) 긴장의 문제다.(하지만 애가 어느 정도 내려온 다음에 물 속에 들어가니까, 그것만 믿고 있으면 또 안 된다.)


그리고 중간에 애가 거꾸로 되거나 하늘을 보거나 하더라도 임산부 요가를 수련하는 중이라면 비교적 쉽게 되돌릴 수 있다.(고양이 자세가 진리이다.) 애 거꾸로 섰다고 임신후기에 의사한테 제왕절개하란 얘기 듣고 그때 와서 고양이자세 잘 해서 성공하긴 조금 어렵다. 5개월부터는 수련을 시작하는게 좋고 제일 좋은 것은 임신하기 전부터 요가를 수련해서 익숙해지고, 임신기에는 임산부 요가를 하고, 출산 후에는 산후요가를 하는 것이다. 산후요가는 미리 요가를 배운 사람이라면 책만 보고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처음인 사람이라면... 가서 배워야 되는데 애기님이 나오시고 나서는 집밖에 나가기가 참으로 무시무시한 미션이 된다는 점...을 아셔야 한다. 조금 어려워진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효과를 보장은 못 한다.

물론, 원래부터 마음이 편한, 성격 좋은 사람은 그런거 저런거 안 배워도 잘 낳는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의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 여성이라면(운동 안 하고, 스트레스 많고, 나이 많은) 하는 편이 쉽게 아기를 낳는 방법일 것이다. 아기를 쉽게 낳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낳아보기 전에는 사실 모른다. 산모가 아기를 낳으려면 정상적인 골격을 완전히 풀어헤쳐서 몸을 열어야 하는데, 애를 낳고 나면 또 그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그게 또 얼마나 큰 일인가! 몇달 동안을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아기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나날을 보내다 보면 몸을 회복시키는게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 엄마들 세대는 보통 이십대 초중반에 아기를 낳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얼추 회복을 하고 했지만, 서른 넘기는게 기본인 요즘 산모들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첫째 낳을 때랑 몇년후 둘째 낳을 때도 다르다. 나도 사십이 넘어 둘째를 낳았는데, 애는 쉽게 낳았지만 그래도 아기가 내 몸의 골수와 정기를 다 빼어먹었는지 머리 나빠지고, 머리카락 가늘어지고 줄어들고, 눈도 나빠지고, 뭐 굴욕이 말도 아니다. 아기가 밤잠도 꽤 안정적으로 자고 했는데도. 만약 열몇시간씩 걸려서 힘들게 낳았다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제왕절개를 안 하고 자연 분만을 했을 때의 잇점은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많이 하니까 그것은 생략하겠다. 뭐가 좋은지 잘 모르는 분들은 일단 공부를 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제왕절개를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는게 좋지만, 제왕절개를 했다고 해서 꼭 모유수유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삼박사일 진통하느라 엄마가 힘을 다 빼고서 갓난쟁이를 키워야 하는 육아의 초반전을 치룰 체력을 고갈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제왕절개가 나은 경우도 있으니까, 너무 절대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무엇보다도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암튼 애 낳을 두려움 때문에 제왕절개를 택하지는 말라는, 의사들이 진통 오래 걸리는게 귀찮아서(또 책임지기 싫어서) 권하는 제왕절개의 마수에 쉽사리 걸려들지 말라는, 미리미리 몸관리 잘 하고서 멘탈 훈련 하고서 자연스럽게 낳으라는 얘기다. 결국 제왕절개를 하더라도 진통과정을 겪고 나서 하면 그냥 날짜 잡아서 한 제왕절개보다는 훨씬 좋으니까, 노력해 볼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 애가 나오고 싶을 때 나오게 해야 한다. 그게 부모의 도리다. 지가 하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 수 있게 아이의 저력을 키워주는거. 양육의 최초시기부터 그것이 진리이다.


그리고 섭생에 대해 당부할 일이 있다. 일단 밀가루는 무조건 먹지 않는다. 왜냐면, 애를 잘 낳으려면 몸이 가벼워야하는데 밀가루를 먹으면 몸이 습하고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밀가루 먹으면 몸이 습해진다는 얘기는 동의보감에도 나온다. 아니, 그럼, 서양여자들은 빵만 먹으면서 어떻게 애만 쑥쑥 잘 낳나? 그거야 그쪽 체질이 우리보다는 훨씬 튼튼하기도 하고, 아기가 더 작게 나오기도 하며, 게다가 그쪽 나라들은 우리랑 먹는 밀가루가 틀리다. 며칠 전에 도정한 생생한 밀가루로 방금 만든 빵 좀 먹었다고 몸이 쉽게 무거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몇달 전에 도정해서, 그 순간부터 계속 공기 중의 습기를 머금으며 배를 타고 건너오면서 각종 방부제를 부어넣은 밀가루로 만든 우리나라 빵과 피자 등은, 임산부에겐 절대 안 좋은 음식이다. 물론 나는 제왕절개해도 되고 먹을거 갖고 스트레스 받기 싫다면 할 수 없지만. 그러긴 싫다면, 만약 밀가루를 도저히 끊을 수는 없고 글루텐이 자꾸 나를 부르고 있지만 도 한편으론 건강하게 임신기를 지내고 아기를 씀풍 낳고 싶기는 하다면, 타협책으로서 1주일 1번만, 우리밀로 만든 국수 같은 놈을 먹는 방법이 있다. 우리밀은 그래도 며칠전까지는 아니지만 도정한지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니고 겨울에 키운 밀이기 때문에 농약도 없고 물 건너 올 일이 없어서 방부제도 없다. 나도 차마 밀가루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어서 일주일에 1번씩 우리밀 국수 말아서 올리브 기름 치고 지중해 스파게티다~ 하고 먹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하고, 항생제 들어간 우유, 달걀, 육류도 안 먹는 것이 좋다. 그런데 육류는 한살림 같은 친환경에서 아주 좋은 것들이 나오기는 한데 꽤 비싸서, 달걀과 생선을 주로 먹고 비싼 고기는 가끔만 먹는 식으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생선을 먹기가 무서운 시절인데, 한살림에서 나오는 어패류는 모두 방사능 검사를 통과한 것들이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비싸다는 생각 말고 임산부와 아기들은 꼭 한살림 것으로 먹도록 한다. 생선은 별로 안 비싸다. 방사능은 농약이나 항생제 따위는 장난으로 여겨질 만큼 무서운 것이다. 조금만 먹어도 해악이 있다.(암 걸린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그렇다.

 

술과 카페인은 당연히 안 된다. 머리 염색, 파마 등도 안 된다. 샴푸와 화장품에 들어간 화학물질 다 조심해야 한다. 물론 해법은 간단하다. 색조화장 안 하고 한살림 등에서 파는 친환경 화장품, 샴푸 등만 쓰면 된다.(색조화장은 다른건 다 포기해도 립스틱은 참 포기하기가 힘드니 친환경 제품 중에서 골라보자.) 품질도 좋고 가격도 아주 싸다. 담배는 당연히 애 갖기 2, 3년 전에는 끊고서 몸을 정화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몸에 나쁜 음식 안 먹고, 발아현미나 콩나물, 숙주나물 등 몸 안의 나쁜 것들을 배출하는 음식들 많이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등등.


그래도 아무리 아기를 위해 내 온몸과 내 인생을 모조리 바꾸는 대희생을 결심했더래도 여전히 몸에 절어 있는 나쁜 습관은 다 떨치기 어렵다. 몸에 나쁜 음식의 유혹! 내가 개발한 방법은 몸에 나쁜 음식은 아주 비싸고 맛있는 것으로다, 가끔씩만 먹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번 하다가 점점 기간을 늘려서 한 달에 한번까지 늘리면 성공이다. 아주 비싸고 맛난 것들을 먹다보면 입맛이 고급이 되어 싸고 어중띤 것들은 저걸 내가 왜 먹나, 저 정도의 음식을 위해서 나의 자부심과 건강을 희생해야 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점차 안 먹는게 아주 쉬워진다. 그리고 비싸고 맛있는 것들은 비싸니까 멀리 가야되니까 자주 못 먹기도 하고 보상효과가 있다. 그 동안 잘 참았다. 나의 의지력은 매우 훌륭한 수준이구나 하는! 그러다 보면 끊을 수 있다. 아이스크림, 케익, 모든 음식들이 다 가능하다. 이렇게 몸에 나쁜 음식들을 끊으면, 몸도 가볍고 건강해지고, 무엇보다도 애를 잘 낳게 된다. 아기도 아토피에 걸릴 일이 훨씬 적어지고. 몸에 나쁜 음식은 미리 끊는 것이 애가 아토피 걸린 다음에 울면서 끊는 것보다 훠얼씬 좋은거다.

 

사실 아토피는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다. 음식, 주변환경, 스트레스, 타고난 체질 등. 예전에 환경오염이 심하지 않던 시절에는 금양체질(8체질론에 따른)만 아토피에 걸렸다고 한다. 금양체질은 채소와 어패류만 먹어야 건강하고 육고기를 먹으면 좋지 않은데, 부잣집에서 태어난 금양체질이 기름진 육고기 먹어대서 걸리는 병이 아토피였다. 그런데, 요즘은 워낙에 환경이 안 좋아서 다른 체질들도 아토피가 많다. 방법은 시골로 이사를 가던가, 그것이 아니면 음식을 잘 가려먹는 것이다.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 주변에 있는 8체질 한의원에 가서 체질감별을 하고 권장하는 음식을 먹으면 가장 좋다. 아기들은 처음엔 체질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부모의 체질을 보고 추정한다. 기왕이면 산모와 남편의 체질을 다 감별해서 체질대로 섭생을 하고, 둘 중 한 명이라도 금양체질이 있다면 음식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금양체질은 간이 작아서 해독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요즘 같은 오염된 환경에서는 아토피에 걸리기 쉽다. 나도 내가 금양체질이라 아토피를 조심하느라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화학 첨가물, 농약, 항생제 들어간 음식 완전 단절) 큰애가 세살쯤 되자 나도 사람인데 편하게 가끔은(하루에 한 끼는) 빵도 먹고 싶고 만두도 먹고 싶고 한달에 한번 정도는 피자도 먹고 싶고 해서 풀어지기 시작했더니 두둥! 아토피에 걸려버렸다. 그래도 나의 아이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엄마가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도 커지지 않고 해결도 그나마 쉽다. 가장 안 된 케이스는 엄마가 아토피는 1도 상관없는, 아무렇게나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멀쩡한 체질인데(태음인이 보통 그렇다.) 아빠가 아토피 1순위인 금양체질인 경우, 엄마는 자기는 그래도 건강하니까 계속 그렇게 산 것인데 아기는 아토피가 심하게 걸려버려서 맨날 잠도 못 자고 괴롭고 고생하는 경우다. 아토피가 심한 집안의 고통은 어느 정도인지, 나도 짐작이나 할 수 있지 말해 줄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거기까진 안 가도록 미리 조심하는게 상책이다.

 

애를 낳기 전에 몸을 가볍게, 깨끗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아기도 건강하고, 더 쉽게 낳을 수 있지만 또 중요한 포인트가 있으니, 엄마젖이 잘 나오게 된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라서 따로 글을 쓸 예정이지만, 젖이 잘 나오면 엄마도 아기도 편하고 잠도 잘 자고 아이는 면역력이 세져서 감기도 안 걸리고, 정말 여러가지 문제가 한 방에 예방되는 중차대한 것이다. 그러니까, 몸 관리 잘 하고, 임산부 명상 요가를 수련하고, 아기가 나오고 싶은 대로 나올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마련해주자.(좋은 병원 찾아가자. 찾아보면 조금씩 나은 곳은 있다.) 그러면 아기를 잘 낳게 된다.


참, 내가 권하는 것은 임산부 명상 요가다. 그냥 임산부 요가는 몸만 풀어놓지 마음을 내려놓는 수련은 미흡할 수도 있으니까 꼭 검증된!! 명상 요가로 가실 것을 권하겠다.


중고책 팔기 책, 영화

결혼 후 씀씀이가 커지고 인터넷 주문으로 주로 책을 사게 되면서, 나는 책을 전보다 훨씬 쉽게 사게 되었다. 이 책이 과연 나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인가 그 가치가 내가 지출한 돈과 시간보다 과연 클 것인가 혹시 사고서 후회하지는 않을까 등의 고민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된 것이다. 전에는 이 책이 혹시 살 가치가 없는 책이 아닐까 우려하고 그 가능성을 제로에 가깝게 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썼다면, 이후에는 내가 지금 당장 필요한 쓸모를 찾을 수 있다면 사고 나니 생각보다 가치가 적은 책으로 판명나더라도 일단 사고 보았고, 사는데 에너지를 적게 썼기 때문에 혹여 책의 가치가 적더라도 크게 후회될 일은 없었다. 애를 낳아 키우느라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자, 더더욱 그랬다.

실은, 나의 책을 사는 윤리관을 변화시킨 가장 큰 원인은 남편의 책구매였다. 나의 남편은 아마존을 통해 한달에도 몇십만원어치씩 책을 사곤 했다.(한동안) 그리고 그 책의 몇페이지라도 읽고 써먹을 수 있다면 그 투자가 아깝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알라딘이나 예스24 통해 한달에 아무리 해봐야 십만원어치 정도 사는 나의 책구매는 정당화될 수 있었다.(한동안) 게다가 나는 내가 산 책의 거의 90% 정도를 다 읽는, 완독률을 자랑하는 독서가였다. 나의 윤리성은 지켜졌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일년에 책장 2개 분량씩 늘어난 남편의 장서로 온집안이 점령당해 아이들 아토피에 안 좋은 프탈레이트(책표지 코팅에서 주로 나온다)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요, 언제나 집안이 정리가 안 되고 바닥에 책이 쌓여있는 상태에 대해 싸우고 타협하고 포기하던 시절이 십년쯤 지나가자 이제는 나의 책들도 나의 방에 깔끔하게 수납정리가 안 되는, 포화상태에 이르른 것이다.(그리고 완독률도 70% 정도로 떨어졌다.)


그래서 중고책 팔기를 시작해보았다. 알라딘 중고책 팔기에 간단하게 등록을 하고, 책을 산 가격의 10분의 1이나 될 가격에 몇십권의 책들을 처분하고 나자, 아주 기분이 시원해졌다. 나에게 이제 공간이 생긴 것이다. 내가 지금 보지 않는 책이 언젠가는 나에게 귀중한 가치를 전해줄 지도 모른다는 희박한 가정에 묶여있는 대신, 책의 잠재적 가치를 털어버리고 공간의 자유를 얻었다.

 

사놓고 안 보던 책들을 다시 보니 자극이 되어 읽기 시작하는 이점도 있었다. 앞으로는 나의 책들을 좀더 타이트하게 관리하려고 한다. 책을 사기 전에 에너지를 더 써서 이 책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치와 이 책을 사는 데 쓰는 돈 및 이 책이 차지할 공간의 가치를 저울질하고, 좀더 신중하게 살 생각이다. 사놓고 안 보던 책들도 다시 보고, 정리할 건 정리해버리고.


남편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내가 책 좀 정리하고 버릴건 버리라고 오랫동안 들볶은 결과로(인지 마침 손쉽게 중고서적을 팔 수 있는 시스템이 등장해주는 바람에인지) 버리는 건 도저히 아까와서 못 하겠고 중고로 팔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제발 좀 그 일을 계속해달라고 북돋아줄 생각이다.

 

이제 나의 소원은 온집안에 널린 처치곤란한 책의 산맥들이 좀 정리가 되어 둘째의 몇십권 되지 않는 책들을 바구니에서 건져내어 벽에 있는 책장에 꽂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집이 그 정도의 기능만 회복될 수 있다면, 수용할 만할 것이다. 그리고, 바닥에 책이 한 권도 없는 그 날까지!


내심의 요구 그외

예전에 소싯적에 서양화 공부를 하던 시절, 내가 다니던 화실 선생님께서 곧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너는 꼭 그것을 해야만 하는(그려야 하는) 꼭 하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내심의 요구가 있나?'

엄마말 잘 듣는 소심한 사춘기 소녀였던 우리는 힛 웃어버리곤 하였지만... 그닥 뭐 꼭 반드시 이걸 하고 싶어서 하는 건 대개 아니었다. 그저 하면 좋겠다 싶고, 좀 하고 싶고, 그 정도의 미적지근함을 가지고 나는 그림을 그렸었다. 단지 꾸준히 열심히 배웠기 때문에 상당히 잘 했다. 칭찬받으면 더 열심히 한다. 학교공부도 그렇지만,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차분히 뭔가를 하는 쪽이 나의 성향에 맞았던 것이다. 온몸이 근질근질 놀고 싶은 토요일 오후, 집에 가서 티비를 안 보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우천시 편성으로 방영한 영화 <천사의 시>를 아뿔싸(아니 글쎄 왜 해가 쨍쨍 나는데 야구를 안 하고 영화를 하냐고!) 놓치고 만 것이 그후 십년 넘게 애달픈 한이 되었던 것이 한번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집착했다. 오후에 아파트 베란다에 머리를 내밀고 드러누워 바라보던 파란 하늘과 구름의 향연, 햇살을 받아 내 눈 안에 떠다니던 아메바 같은 단백질 무리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신록의 미묘한 색채의 변화, 하늘과 나뭇가지와 바람, 나는 간절히 그리고 싶은 게 있었다.


미술은 그후 그만 두었다. 내가 천재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고 살리에리에 감정이입한, 다른 아이들처럼 이문세의 별밤을 듣고 발라드를 좋아하며 친구들과 떡볶기를 먹으며 수다 떨지 않고 홀로 골방에서 클래식을 들으며 낭만주의 소설들에 심취했던 한 사춘기 소녀의 아쉬운 이야기다.


지금 중년이! 되어서야 나는 '내심의 요구'를 따라 살고 있다. 청년기에 사춘기에 안 했던 반항을 한번에 몰아서 할 때, 이성을 버리고 취미의 인간으로 대전환할 때도 '내심의 요구'를 따라갔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자유롭지 못 하고, 더 할 일이 많고, 그래서인지 더 나의 내심의 요구는 강렬하다. 지금 생각하니 꼭 체 게바라처럼 베레모를 비스듬히 쓰고 다니시던 그 화가 선생님이 내심의 요구를 이야기하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그때 선생님은 아마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다. 어린 눈에는 그냥 아저씨로 보였지만.

 

그때 선생님은 우리에게 정말로 이야기해주고 싶었을 거다. 지금 흘러가고 있는 청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어른들의 이야기, 그들의 두려움과 걱정으로 제한해버리기에는 나의 소망들이, 그리고 나의 내심의 요구가 이룰 수 있는 업적들이 얼마나 크고 의미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만이 나의 삶을 키울 수 있고 값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라 트라비아타 음악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까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공연을 본 적이 없다. 어려서 6부작 <베르디>를 본 후 클래식 애호의 길에 들어선 나로서는 베르디 오페라는 참으로 첫사랑과도 같은 존재이고, 또 나란 사람 몹시도 유럽 좋아하는 1인으로서 십여년 전에 배낭여행도 다녀왔지만, 그때는 (아마도) 라스칼라 극장이 보수공사중이었기 때문에;;; 소시적의 꿈을 이루는 계획은 차마 꿈도 꾸지 못 하고 비껴갔었다.

영화 <프리티 우먼>에 보면 오페라는 처음 보는 오페라가 제일 중요하다며 여주인공을 최고로 멋지게 꾸며서 로얄석에 데려가 <라 트라비아타>를 보여주는 존잘남친님이 나오시는데, 물론 나의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C석인가 D석에서 친구들과 같이 본 신영옥의 <리골레토>가 나의 첫번째 오페라 관람이었다. 물론 직접 신영옥의 노래를 그것도 극 속에서 듣는 것은 정말 감동이었다. 너무 멀리 있는 그대여서 좀 감이 멀긴 했지만...


내가 근래에 성악을 다시 공부하게 되면서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방법으로서 아리아 한 곡만 든 것이 아니라 오페라 전곡이 담긴 음반을 사서 듣고, 오페라 공연 DVD를 사서 보게 되면서 나에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라 왈리>가 시작이었는데, <루살카>에 이르자 아예 오페라를 보러갈 기회마저 생겼고, <라 트라비아타>에 이르자 지존 마리아 칼라스의 코벤트 가든 실황 음반을 기본으로 사고, 디비디는 담라우의 파리 공연 DVD를 샀다. 그리고 정말이지... 담라우의 공연은 감동이었다.


오랫동안 <라 트라비아타>는 그리고 Sempre Libera는 가장 유명한 오페라의 레파토리로서, 내가 그 노래를 배우기 한참 전에 이미 처음부터 끝까지를 거의 다 알고 있는 너무나 익숙한 전형적인 곡으로서 나에게는 '그런 기호'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꿈꿔왔던 <브라질풍의 바하>를 '잠시' 미루고 '남들 다하는 레파토리'의 최고봉에 먼저 도전하기로 한 후, 그 곡은 뻔한 내용이나 겁나는 테크닉만이 아닌 한 여자의 노래로 다가왔다.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에 가슴을 꿰뚤리고, 디아나 담라우의 사랑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난 후의 나에게는 그랬다.


내가 젊었을 때는, 그러니까 '부정하는 힘'이 넘치던 20대에는 <라 트라비아타>를 별로 안 좋아했다. 이미 중고딩 때 클래식 애호의 정도가 심해져 베르디는 우습고 낭만파 음악의 감정과잉을 참을 수 없게 되어 무조건 고전주의나 바로크 음악의 맺힌 데 하나 없이 '맑고 영롱한', 아리따운 세계에만 침잠했던 전력이 있기도 했지만, 기본 줄거리부터가 오로지 남자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죽어가는 폐병환자 여인이라니, 뭐 그러냐 하는 거부감이 컸던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애를 키워서인지 요즘엔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 시대, 그 계급의 위치에서 그 여자는 있는 힘을 다해 자기의 모든 자산을 이용해서 그 자리에 올랐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개연적으로 폐병에 걸렸던 것이고, 아직 젊은 나이지만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나름 자신하는 여인에게 처음으로 들어선 사랑이라는 감정에 그만 빠지는 사고를 겪으면서 자기의 가장 깊은 곳의 소망을 마주치게 되었고 곧 자기의 전존재를 걸고 그 마주침에 응답했던 것이다.


베르디가 자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여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의 처지와 비슷한 뒤마 피스의 <동백 아가씨>의 이야기에 깊이 감명받아 2주만엔가 오페라를 완성했다는 뒷이야기를 듣고 나면, 더 이상은 '뻔한 스토리'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든 여인'. 그 시대의 삶과 영혼을 아직 지배하던 종교와 관습의 울타리를 벗어나 나름의 삶과 사랑을 추구한 (남성들은 빼고) 여성들에게 사회가 옭아매었던 굴레와 저주의 (오늘날보다는 훨씬 센) 강도를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는 위대한 스토리로 화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보통 사람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미덕을 지닌 여인, 당신은 이 여인게게 돌을 던지겠는가? 그 시대 사람들에게 그 여자의 죽음은 크나큰 위엄이자 선포였다.


지금의 우리에겐 계급과 생존의 문제는 그때보다 훨씬 우습고 나약한 문제로 전락한 듯하고, 그보다는 물질문명과 빅자본주의의 노예로 떨어진 우리 영혼의 문제, 자기파괴적인(소비의 삶을 위해 유일한 삶의 근거지인 지구를 파괴하고, 노동을 파괴하는) 인류의 존재의 문제가 더 크고 두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사랑'에 연연한다. 그 사랑의 정체에 대해 심리학과 뇌과학 등의 연구로 인해 예전보다는 훨씬 많이 알게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는 것과 달리 나의 몸은, 나의 마음은 다른 길로, 익숙한 길로 가버린다는...


여전히 가슴끝에 걸려있는 사랑의 딜레마 외에도, 나의 '위대한 공연 참조'병이 깊어져서 코트루바스의 음반마저 아마존에서 사들이고 나자, 또 다른 이슈가 생겨났다. 물론 <라 트라비아타>의 지존은 마리아 칼라스이지만, 코트루바스의 비올레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코트루바스의 <라 트라비아타>는 처음엔 참 생소했다. 마리아 칼라스의 카리스마와 파워에만 익숙해 있다가 코트루바스를 들으니 영 싱거우면서도 암튼 가녀린 느낌. 만약 <리골레토>의 질다역을 한다면 굉장히 지고지순한 캐릭터로 화할 것 같았다. 말하자면 '청순가련형'. 전형적인 여성형이라고 페미니스트들은 싫어할 지도 모르지만, 그건 가수 본인이나 연출가의 탓이 아니다. 목소리가 그렇게 생긴 것을 어찌 하랴? 날씬하고 예쁜 배우가 그렇게 생긴게 자기탓이 아니듯이... 코트루바스의 목소리는 너무나 곱고 아름답고 가녀린 느낌을 주는 완전 청순가련형이었으나 전형적이고 뻔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고클의 누군가가 말했듯 '진정성'이 있다. 매우 핍진성이 있다. 정말 비올레타라는 여자가 있었다면, 딱 이럴듯 싶은... 익숙해지고 나면 이 여자 숨쉬는 소리만 들려도 헉! 하고 숨막히게 된다.


코투르바스는 왠지 나에게 희망을 주는 목소리라서.. 특히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나는 마리아 칼라스를 백날 듣고 따라해도 칼라스가 그냥 입만 떼면 나오는 파워와 울림이 자연스럽게(는 물론이고 억지로 짜내고 싶어도) 나오지 않는다. 나의 목소리가 상당히 가볍고 높고 고운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투브바스가 고음을 올라가고 내려올 때의 그 가녀린 떨림! 그 아리따운 소리결! 그 한숨! 그건 따라해볼 수 있다... 만약 코트루바스의 핍진성과 칼라스의 드라마틱함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질 것 같다.


이젠 나도 받아들이려 한다. 나의 여성성을... 청순가련형이던 뭐든 간에. 혈기 방장한 20대 때는 여성들을 '청순가련형'과 '악녀', '어머니' 등 몇 개의 전형성에 가두는 사회에 반항하느라 '전형적인' 매력이라는 것은 일단 거부하고 봤지만, 이제는 다르다. '전형적인' 매력이라도 좋으니 있으면 좋겠다...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여성적인 매력이 있다면 다 발굴해서 발산하고픈 심정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피해가던 하늘하늘한 여성적인 원피스 같은 옷이 좋아지고 한다. 아직 그런 것들이 어울릴 때, 아직 어울리는 한엔, 꼭 입어주리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의 목소리... 주관적으로 아무리 거부해도 객관적으로 딱 '청순가련형'에 적합하다. 물론 '쾌활하고 재치있는 여성'형도 가능하겠지만 아무래도 나의 취향 때문에 좀더 청순가련형에 가까운 듯하다.


요즘은 벨리니의 <청교도>를 하고 있다. 작년에 <라 트라비아타>의 Sempre Libera를 부를 때 참으로 힘들게 그 기교와 고음의 길을 뚫고 나갔는데, Eb6를 내고 그 곡을 완성하고 나니 차오른 자신감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는 이래뵈도 'Eb6를 하는 여자'다. 앞으로 거의 모든 주요 (무거운 목소리를 위한 것은 빼고) 오페라 아리아 레파토리를 다 섭렵할 수 '있는'.ㅋㅋ


그래서 아무래도 조만간 꼭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봐야겠다. 꼭 아주 훌륭한 공연으로. 기왕이면 글로벌 탑가수들이 와서 공연을 해도 뭔가 마음에 안 들면 구두를 던지는 이탈리아 관객들과 함께... 완벽함을 원하고 추구하는 세계 속에서. 아마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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