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설겆이를 하는 새 아이가 '심심해'를 반복하더니 냉장고와 싱크대 사이의 공간으로 자꾸만 들어가서 못 빠져나왔다. 처음엔 내가 냉장고를 밀어서 꺼내주었고, 다음엔 '여기는 들어가는거 아니야', 했더니 아이가 하는 말. "야옹이만 들어가는 거야."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을까 내가 웃겨서 하던 설겆이도 접어놓고 육아수첩에 기록을 하러갔다. 아이는 자기도 즐거운듯 따라와서 다시금 말을 한다.
요즘 아이가 말하는 것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주어와 서술어로 된 문장을 말한 지는 몇달 되었지만 이제는 조사를 붙여가면서 행위주체와 행위를 확인연습하고, 복합문장도 등장하곤 한다. 문장이 제법 한국어스러워졌다.
저번엔 아이랑 식당엘 갔는데 쉬가 마렵다고 해서 화장실에 갔더니 문이 잠겼다. 똑똑 두드리니 안에서 똑똑 소리가 난다. 여자 하나가 나오고 나서 들어가려고 하니 윽! 담배 연기. 일단 들어가봤는데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도로 나와서 담배 냄새 심하다고, 아까 나온 아줌마가 담배 피우고 갔나보다고 투덜거렸더니 아이가 대뜸 '담배 아줌마가 담배 펴서 냄새나' 그러는거다.
이제 이렇게 복잡한 문장을! 대견해서 계속 대꾸를 하며 연습을 시키고 집에 와서 남편한테도 그 얘길 했다. 그랬더니 '문이 닫혔어', '여자가, 여자 아줌마가' 하면서 리바이벌을 하는거다. 내가 얼른 육아수첩을 가져다가 받아적으니까 아이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인지 더욱 신이 나서 여러 문장을 뱉어낸다. 아까의 상황을 아빠에게 또 엄마에게 재연해주며 받아적으라는 눈치다.
요즘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 영감을 받았을 때 스스로 누구누구가 뭐뭐해서 뭐뭐해, 하고 문장을 만들어본다.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내가 정확한 어법으로 그 문장을 되풀이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자기가 제대로 말한 것을 엄마가 확인해줘서 기쁘고, 부정확했던 부분을 수정해서 보람있다.
아마도 아이때 쓰다가 말 것 같은 특수어법들도 쓴다. 화분에 물 주면서 '물이가 내려와'하고 조사 '이'와 '가'를 동시에 쓰기를 잘하고, '다른 ~'를 선호한다.
어린이날 선물로 사준 토마스 레일에 붙어온 토마스를 나는 '쌍둥이 토마스다'라고 했지만 아이는 '다른 토마스'라고 부른다. 한편으로는 안방에 붙어있는 또 하나의 화장실을 '다른 화장실'이라고 부른다. 내가 원래 있던 높은 발판보다 훨씬 얕은 발판을 새로 사서 그 화장실에 놓았는데, 처음엔 잘 안 가더니 그 높이가 낮아서 혼자서 쉽게 만만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드는지, 요즘 이빨닦기를 꼭 '다른 화장실'에서 하려고 한다.
애 키우는게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