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으로 이사오고 드디어 우리집에도 4명 이상의 사람들이 편안히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이 생기게 되자, 난 기도문을 만들었다. '우리의 피와 살이 되기 위해 자신을 바친 모든 동물과 식물과 균류에게 감사합니다.'로 시작해서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준 ( )에게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기도문이다. 중간에도 2줄 정도 더 있는데 생략할 때가 많다. 우리 먹을 것을 키우고 만드느라 수고한 분들한테 감사하고, 우리의 음식이 된 생명들의 희생이 아깝지 않게 몸을 아끼고 좋은 일 많이 하고 등이다.
기도를 하자니까 아이는 '응' 하면서 흥미를 보이고 끝에 '엄마 고마와' 하라고 시키니까 잘 따라한다. 남편은 '우리는 신을 안 믿잖아?' 하고 묻는다. '신은 안 믿어도 하늘과 땅과 밥은 믿어야지' 하고 왠지 한살림에서 배운 것 같은 말을 나는 내뱉었다. 그리고는 더 중요한 듯한 이유를 얘기했다.
'신을 믿는 사람들이 더 성공하는건 이유가 있어.' 왜냐면? 기도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커서 엄마품을 벗어나면 더이상 나를 지켜봐주는 빽이 없고 자기 혼자 힘으로 해나아가야 하지만, 신을 믿는 사람들은 엄마 대신 신이 있기 때문에 그 빽을 믿고서 자기의 최대한의 힘을 발휘할 수가 있는거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운동선수들을 봐라. 내가 서른이 넘으면서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내 힘으로 깨닫게 된 삶의 진실이다. 무신론자들은 절대로 신을 믿는 사람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신을 믿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니까. 더 많이 감사하니까.
실은 전에 시아버님이 어디에서 내려오는 얘기 중에 '하느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보살펴주기 위해 어머니를 만드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사실은 그 반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른들을 위해 엄마 대신으로 하느님을 만든거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 기능적 일치는 부정할 수가 없다.
남편은 내 얘기를 듣더니 안 그래도 요즘에 그런 책이 나왔다며 소개를 한다. <How God Changes Brain>. 신을 믿거나 기도를 하는 행위가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뇌과학쪽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기도의 효과를 내는 대체행위도 개발했다고 한다. 아, 역시! 하늘 아래 나만의 것이 없다.
그래도 나는 하늘 땅 밥 믿는 수준 외에 신을 믿을 생각은 없다. 아직까지 나는 그렇게 인생이 힘들지는 않은가 보다. 혹은 아직은 나를 더 믿을 정도로 젊은가 보다. 아이에게도, 믿음을 가르쳐주고 엄마 외에 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하늘 땅 밥, 인간, 지구생명체 수준을 넘어갈 생각은 없다.
기도를 해서 아주 금방 돌아오는 실질적인 혜택도 있다. 밥먹기 전에 식사를 준비한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 나는 기도를 주관하다 말고 '나에게 감사합니다' 하고선 잠시 나에게 감사한다. 그러면 참 기분이 좋다. 식사를 준비한 보람이 있고, 나를 일상적으로 '착취(?!)'하던 모드에서 이탈하는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아이에겐 '엄마한테 고마와요, 해야지?'하고 말을 건낸다. 아이는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며 '엄마 고마와(요)' 한다. 그동안 남편은 맨날 아이한테 뭐 하나 해줄 때마다 '아빠 고맙습니다, 해야지?' 하고 고맙단 인사를 듣는데 나는 하루 종일 서비스를 해주면서도 아이한테 고맙다는 말을 못 들어서 억울하던 마음도 쌱 가셨다.
그리고 재미난 것은 요즘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도록 시키는 일이 많아서인지 바라지도 않았는데 식사 외에 다른 뭔가를 해줬을 때 아이가 나한테 '고맙슴다' 라고 인사하는 일이 있다.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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