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듬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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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미덕 육아

요즘 기분도 그렇고 해서 아침 먹다 말고 아들한테 물어봤다. 만약에 엄마를 바꿔준다면 바꾸겠느냐? 맨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청소도 깨끗이 하고 집에만 있고 자기공부하러 다니지도 않는 엄마로... 그랬더니 싫댄다.
 

어 고맙구나... 하는데, 맨날 집에만 있으면 파스텔시티(우리가족이 외식도 하고 서점도 가는 거의 유일한 여가생활의 장소이자 핫플레이스)를 못 가서 싫다고;;; 파스텔시티는 갈 수 있다, 그랬더니 그렇다면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구나...ㅠ.ㅠ;; 하고선 자기공부하러 안 다니고? 하고 물어보는 딸래미에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다가 '보통 엄마'니까 노래도 잘 못하고, '보통 엄마'니까 (아들에게) 너는 4학년이니까 과외 3개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될거다 했더니 과외가 뭔데? 공부하러 다니는거, 영어라든가... 수학이나... 했더니 싫어! 싫어! 무조건 싫어! 안 바꿀래! 한다...;;;(울아들은 태권도와 수영 빼고는 사교육을 안 받는다. 방과후 컴퓨터 정도 한다. 자기가 하고 싶다고 졸라서 하는거)

 

나의 엄마로서의 미덕은 내가 무엇을 하는 것에 있지를 않고 무엇을 안 하는 것에 있는 것이었던가...?!


내가 참 엄마로서 무엇을 해주기 위해 애를 많이 썼는데 말이다... 건강하게 잘 키우려고 젖도 오래 먹이고, 몸에 나쁜 음식 안 먹이고 좋은 음식만 먹이고,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 정말 애 많이 썼고, 공부도 많이 했다. 심지어 첫째애는 평화로운 탄생을 시켜주려고 조산원까지 가서 애를 낳기도 하고.(둘째는 다행히 그런 병원이 생겨서 거기 가서 낳았다. 둘째가 참 운이 좋다. 한살림 어린이집도 딱 갈 때 되어 옆에 생겨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고 몇년씩을 꿇으면서 참 도 많이 닦았다... 그런데 열한살 아들에게 의미있는 것은 자신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는, 자기에게 아직 벅찬 의무를 강요하지 않는 엄마.


나에게는 사실 '안 하는' 것이 더 쉬웠다. 나에게 낯설고 어려운 무엇을 하는 것보다는 나에게 익숙하지만 배제할 필요가 있는 것을 끊는 쪽이 더 쉽긴 했다. 식품첨가물 들어간 음식, 밀가루 음식 등 안 먹기, 티비 끊기 등. 그것도 꼭 쉽진 않았지만. 삼십년 이상을 '비난조'에 공감생략 문화로 세팅된 채 살아오던 사람이 새로이 공감 능력을 기르는 것보다얀 쉬웠다.


나쁜 것을 피하는 능력이 센 것이 나의 강점일 지 모른다. 나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그리고 큰 그림을 보는 데에 익숙하기 때문에, 나쁜 것을 막으려고 애쓴다. 화학첨가물, 체질에 안 맞는 음식, 환경오염, 조기교육의 폐해, 과잉행동장애와 중독, 뇌종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전자기기의 폐해 등. 너무 피하려고 애써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놀이터에서 애들끼리 하드 나눠먹는 문화가 우리 아들에겐 전혀 전수되지 않았고, 친구를 잘 못 사귀는 이유에 한몫 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조절할 수 있다면, 분명 장점이 된다. 아들의 평가로 인해 나도 이제 알게 되었다.


공감 능력 같은, 어려서 도통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을 내 아이를 위해 계발하느라 애쓰고, 좌절하던 시절이 좀 불쌍해진다. 너무 완벽하게 충분하게 하려고 애쓰지 않고, 니가 그 정도면 참 잘 했지, 하는 수준에서 만족하고서 나 자신을 위해 쓸 에너지를 남겨뒀어야 하는건데 말이다. 그랬으면 그렇게 힘들게 도 닦지 않아도 됐을텐데. 가정 안팎의 문화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았더라면 큰애도 어린이집 적응이 더 나았을테고, 친구 사귀기도 당연 좀 나았을텐데. 나도 지금까지 걱정을 훨씬 덜 하고 살았을테고.


뭐 나란 인간은 어디에서고 반성의 꺼리를 찾아낸다. 이제부터라도 좀 가볍게 살도록 하겠다. 안 하는 거 계속 잘 안 하고, 그래도 (남들이랑 너무 차이 나지 않게) 적당히만 안 하고... (그래도 우리 동네는 강남이나 과천쪽 같은 곳에 비하면 정말이지 정상에 가까운, 무난한 동네인 것이 참 다행이다. 학교에서는 국가가 정한 교과과정에 맞춰 가르치고, 과외도 3, 4학년이면 5개정도가 보통이다.;;; 아주 미친듯이는 안 시킨다. 촌지도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열한 살 열두 살 이때가 외국어 교육을 하는 적기니까, 영어는 앞으로 조금은 시켜보려고 한다.(아들에게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게임하듯 집에서 컴퓨터로 공부하는 거 있다는데 해볼래? 물었더니 그건 한번 해보겠다고 한다. 학원에 가는건 집에서 노는 시간이 없어져서 싫지만.) 그 외 학원은 초등 때는 안 시키고, 중학교 가서 자기가 가겠다고 조르면 시켜주되 버스 타고 알아서 가라고 할 생각이다.

 

'매니저 엄마'는 절대 되지 않는 것이 나의 한 가지 목표다. 아이를 관리해주지 않는것. 단지 키우는 것.(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발달 단계에 맞춰 잘 독립시킨다는 것을 반드시 포함한다. 나는 어려서 잘 배우지 못 한 능력이지만;;) 내 삶을 살고, 힘들게 열심히 살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며 살고, 나중에 딸래미가 '우리 엄마는 우리를 키우느라 자기 인생을 포기하셨었어. 그러곤 한탄만 하며 살았지.'와 같은 진술을 하는 일이 차마 없도록 열심히 사는 것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내가 그런 소리를 들으려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은게 아니다. 나에겐... 꿈이 있었다.


덧글

  • anchor 2016/05/12 13:52 #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5월 12일 줌(zum.com) 메인의 [여자들의 수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5월 12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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