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듬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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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덜랜드와 네트렙코, 전성기와 신화, 그리고... 음악

나도 안나 네트렙코의 소리를 못 들어주고 있지만, 사실 고클에서 떠받드는 조안 서덜랜드도 예전에 전성기에는 클래식팬들의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 주로 '괴물 같은' 성량(에 대한 비아냥)과 완벽한 테크닉에 비해 감성적인 표현이 약하다는 비판이었다.

남들 다 쳐다보는 주류보다는 비주류를 선호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나는 93.1MHz에 채널을 고정하고 라디오로 클래식을 듣던 80년대에 서덜랜드를 좋아하지 않았다. 서덜랜드가 아니더라도 캐서린 배틀이나 바바라 핸드릭스, 키리테 카나와, 안나 모포 같이 훌륭한 소프라노는 얼마든지 많았다. 요즘에 와서 성악을 공부하고 오페라에 관심이 생기면서 새로이 서덜랜드가 훌륭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네트렙코가 상반된 찬사와 비판을 받으며 무지 잘 나가고 있지만, 한 20년 지난 뒤에는 과거에 어떤 비난이 있었는지 잊혀진 채 2000년대, 2010년대가 선호한 하나의 취향으로서 정당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0-;;;;;


그래도 나는 못 들어주겠다... 막힌 듯한 소리도 거슬리고 음정 떨어지는 것도 무지 거슬린다.


비주얼과 극적 표현에 중점을 두면서 가장 중요한 노래에서는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요즘 오페라의 경향이 불만스럽다. 솔직히 말해서, 대개의 오페라는 기왕이면 예쁘고 날씬한 여자가 주연을 맡는게 겉보기엔 어울린다. 오페라가 재미가 있으려면 극적 표현력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노래도 완벽하게 하면서 미모와 연기마저 뛰어난 오페라 가수를 요구한다면, 분명 그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요즘 오페라 가수들 보면 정말이지 연기력이 8, 90년대랑은 급이 다르다. 갑자기 연기에 재능있는 천재들이 태어난 건 아니다. 연기에 대한 기준이 올라가고, 훈련법이 나아진 것이다. 얼굴은 타고 나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몸매 정도야 끊임없는 관리로 어느 정도 훌륭하게 할 수 있다. 연기는 물론이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리의 완성은 계속해서 갈고 닦으며 발전해 나아가야 할 일이다. 근래에 새로이 발전된 기술들이 분명 있을 텐데 말이다... 에릭슨의 의도적 수련을 비롯한 각종 전문성 수련, 뇌과학의 성과와 동아시아의 도인술, 기공 등을 응용하여 더욱 발전시키는게 맞다.

 

그러니까, 지금의 네트렙코의 전성기는 섣부른 타협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노래도 잘 하고 미모도 되는 젊은 소프라노가 지금 많은 것 같은데, 이들이 완벽한 소리를 내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기 위한 동기를 (따라서 방법도) 충분히 부여받지 못 하고 있는게 아닌가 말이다. 네트렙코도 저 정도만 부르면서도 저렇게 잘 나가는데... 왜 더 잘 해야 하나? 우리는 어차피 칼라스도 아니고...


하지만 칼라스도 신이 아니고 인간이었고,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가수였을 뿐이다. 실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칼라스보다 더 훌륭한 가수를 배출할 수 있다. 육상은 계속 기록이 갱신되는데 왜, 소프라노는 안 된단 말인가?


나탈리 드세이를 보라. 잘 나가던 때에 완벽하게 노래와 연기와 미모가 한 몸에 갖춰졌었다.(지금은 너무 빨리 목소리가 망가져서 은퇴를 했지만...) 그런 성공 사례를 단지 개인사로서 취급하지 않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노래와 연기, 몸관리까지 풀 패키지로 키울 수도 있는거다.


가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