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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언제 낳을 것인가? 육아

애를 언제 낳을 것인가? 여성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남성과는 다르다. 남성은 가임 기간도 여성보다 훨씬 나이 들어서까지 지속되며 무엇보다도 본인이 직접 애를 낳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고민을 덜 해도 된다. 그러나 여성들은 고민이 많이 된다. 왜냐하면, 애를 낳고 잘 키우기 위해서는 정말이지 많은 노력과 시간, 희생이 필요하고 그렇기에 준비가 잘 되어있어야 하는데, 육체적으로 잘 준비되어있는 시점과 정신적으로 잘 준비되어있는 시점, 그리고 경제적으로나 생활환경 면에서 잘 준비되어 있는 시점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제일 좋은 시기는 당연히 이십대다. 이십대 초중반 정도에 애를 낳기 시작해서 이십대 후반에 애 키우기를 끝낼 수 있다면 산모의 회복과 막중한 육아 노동의 견딤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그보다 더 일찍은 좋지 않다. 왜냐면, 사춘기면 키는 대충 어른처럼 자라지만 뇌발달이 끝나는 시기는 21세에서 23세 사이기 때문이다. 뇌발달이 다 끝나야 어른이다. 애가 애를 낳는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고 본다. 보통의 여성들은 21세 정도에 보통의 남성들은 23세 정도에 전전두엽 발달이 다 끝나 어른이 된다. 그러나, 뇌도 어른이 되었다고 곧장 애를 낳을 수는 없다. 아직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를 낳으면 정말이지 몇년간은 기본으로 애를 위해 모든 시간과 정력을 다 바쳐야 하는 상황이 된다. 아무리 남편이 인간답고 양가 부모가 도와줘도, 그래도 희생이 많다. 밖에 나가 친구들이랑 놀고 싶고, 아직 불태울 것이 많은 나이에 애를 낳으면 본인도 고생이지만 애가 더 불쌍하다. 그리고, 어른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해도, 나의 커리어를 쌓는 데만도 힘이 많이 드는데 애까지 키우려 들면... 그것은 당연히 어려운 미션이다. 희생은 반드시 따른다고 봐야한다. 아직 애를 낳아보지 않은 이상엔, 그 어려움을 알지 못 한다. 어느 정도 본인의 것을 이룬 다음에 낳는 것이 낫고, 또 한편으론 더 큰 책임을 떠맡고 희생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을 때 낳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리고 여기에 경제적인 문제까지 더하면... 그래서 요즘에 다들 만혼을 하고, 노산을 하는 것이다. 나도 노산을 해봤지만, 그리고 모든 산모들이 한결같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애를 일찍 낳을걸... 하고 말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맞다. 준비가 안 되었는데 애를 낳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일찍 낳을걸...이라는 후회는 내가 지금의 나인데 몸만 몇년 더 젊었더라면, 하는 가정에서 나오는 말이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늦어진 경우는... 그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나라를 원망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 노동불안은 이 나라의 모든 젊은이들의 미래와 결혼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것은 당신의 탓이 아니다. 하지만 결과를 떠안는 사람은 개인들... 특히 여성들이다. 왜냐면, 여성은 애 낳는 문제에 있어서 매우 나이의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대략 서른 다섯까지는 버텨도 좋다. 그때까지는 원하면 아이가 보통은 생긴다. 낳을 때 몸이 굳어서 좀 힘들 수 있고 회복은 더 힘들지만, 암튼 낳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마흔이 넘으면 애가 생길 가능성이 절반 정도으로 훅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애를 낳을 생각이면 서른 다섯 전에는 낳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임산부 명상 요가 잘 하면 잘 낳는 것도 잘 회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른 다섯 되기 전까지는 괜찮으니까, 엄한 놈이랑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나이보다는 나와 같이 아이를 낳을 파트너를 잘 고르는 일이 중하다. (물론 마흔 넘어서도 요즘엔 많이들 초산으로 낳는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임신 가능성이 떨어져서 시험관 아기라는 고통스러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가 있다. 원칙적으로, 아이는 폐경되기 전까지는 낳을 수 있다. 몸이 힘들어서 그렇지.)

 

젊은 여성들은 대개 보면 한국 남자들의 처참한 수준에 절망들을 하시는데... 그런 정당한 비관주의는 내가 나이가 들고 데드라인(35세?)에 가까와지면서(위기감도 생기고) 그동안 생겨난 '포기력'과 '적응력'에 힘입어 좀 약해질 수 있고,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싶은 남자의 기준이 내가 만날 수 있는 남자의 레벨과 근접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 남자들의 수준도 날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내가 결혼하던 십년전 수준과 내가 둘째를 낳아 키울 때 같은 나이 아이들의 아빠들 수준을 보면 많이 다르다. 우리 엄마 세대랑은 물론 비교가 안 되지만. 뭐 그 정도 수준의 남자랑 결혼하는 짓을 왜 하나, 최소한 현재 일반적인 젊은 커플의 수준만큼은 되어야지. 혹은 그 중에 나은 부부들의 수준만큼은 되어야지 만족할 수 있다. 즉 나의 준거기준은 나의 세대와 내가 결혼하는 시점 두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인의 동안력에 자신이 있는 분들은 되도록 늦게, 데드라인에 가깝게 결혼하는 것이 좋을 수가 있다는... 왜냐면 십년도 안 되는 사이에도 남자들의 수준은 많이 달라지니까.


물론, 좋아지기만 하는게 아니라 나빠지는 놈들도 많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좋아지고 나빠지고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결혼에 성공하는 남자들은 그중에서 좀 괜찮은 축들인 것이다. 못난 쪽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한국 남자들의 수준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북유럽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기 전엔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우리 나라도 사회 제도가 받쳐주면 한국 남자들도 북유럽 남자들처럼 1년씩 전업육아하고 그럴 수 있다.

 

호르몬은 신비하다. 아기를 낳으면 남자들은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서 더 순해지고 더 집안일, 애보기도 잘 하고, 더 배도 나오게 된다. 호르몬은 받쳐준다. 여기에 사회제도가 받쳐주고, 어지간히 잘 해선 장가도 못 갈 정도로 다른 남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대다수 여성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지면, 보통 남자들도 피나는 노력으로 변신할 수 있다. 그것은 확신한다. 보통 여자들이 애를 낳고 그전의 몸에 익은 모든 삶의 방식을 포기하고 애를 키우는 데에 성공하는 것을 보라. 여자들이라고 모성애가 그냥 솟아나는 것은 아니다. 솟아나는 것은 단지 옥시토신 같은 여성 호르몬뿐이다. 호르몬이 도와주지만, 나머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과 죽어라 노력, 2 가지의 합인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착각을 하면 안 된다. 지난 시절 문학과 미디어를 장악했던 늙은 남자들(어머니와 누나, 동생들의 희생으로 성공한)의 모성 신화에 절어 있는 우리의 의식은, 아직 안 해본 이 일에 대해 '엄마가 해야하는 것', '엄마가 할 수밖에 없는 것', '엄마가 할 수 있는 것', '엄마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사회면 신문을 보자. 돈 몇푼에 사람을 찔러죽이는 사람도 있고, 남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 엄마 노릇을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해야한다고 밀어붙이는 사회와, 가족과(친정 어머니의 이데올로기와) 남편의 압박 때문에 참 싸우기가 어려우니까 여자가 하는 것이지, 엄마만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나라도 만약 시리아에 태어나 공습 상황이 되어 머리 위에서 포탄이 떨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다면, 내 목숨보다 아이의 목숨을 먼저로 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런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지, 평화롭고 풍요로운 나라에 태어나 갖가지 자원을 갖고도 왜 꼭 희생을 해야하나? 엄마라는 이유로? 그건 말이 안 된다.

 

이 문제를 만약에 이성적으로 이해하려고 든다면, 어렵고 목숨이 위해하던 시절인 50년대, 60년대를 보내면서 인생은 그런 것이라는 각인이 일어난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적응을 못 하고 여전히 옛날의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런데, 실은 의식이 모조리 과거에 있는 것도 아니고, 선택적으로 즉 자기 편할 대로 어떤 것은 바뀌면서 어떤 것은 안 바뀌는 것이다. 풍요의 80년대를 지나면서 물질을 마음껏 누려도 좋고 나는 얼마든지 부를 쌓아놔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지만 애 키우는 건 여전히 어머니의 고귀한 희생만으로 가능하다고 굳에 믿는 식으로 말이다. 굉장히 성숙하지 못한 자세다. 그런 덜된 '어른'들에 대해서, 재교육이냐 분리냐 이견이 있을 순 있는데, 최소한 권력은 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정당하다. 권력은 일을 하는 사람,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애를 언제 낳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성 자신의 나이와 본인의 신체적 조건, 능력, 주변환경과 조건의 문제에 얼마나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가? 라는 개인의 운과 사회적 환경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앞서 서른다섯까지는 미뤄도 좋다고 했지만, 사람에 따라서 많이 다를 수 있다. 건강하고 유연한 몸을 타고난 강자들은 마흔 다섯이 되어서도 쉽게 애를 낳고, 쉽게 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애를 잘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게 인생에서 가장 주요하고 현모양처의 삶이 꿈인 한 여성이 있다면, 그리고 본인의 가장 큰 자산이 젊음과 외모라면 그 자산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남성을 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혹은 어쩌면, 다른건 하나도 안 바뀌고 단지 나이만 먹었는데도, 지금의 미친 한국사회가 만약 빠른 속도로 좋아진다면 십년쯤 뒤에 아이를 낳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애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여자와 남자의 개인적인 능력과 인격으로만 애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사회조건을 정말 무시 못한다. 만약 남성도 육아휴직이 보장되고, 대부분의 직장이 칼퇴근이 가능하고, 다수의 여성이 육아휴직 3년후 복귀를 확신할 수 있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풍경은 지금과는 정말정말정말 많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 지금의 사회환경을 생각하면 애를 언제 낳을 것인가가 아니라 실은 애를 낳을 것인가 하는 물음에 먼저 답해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원래가 애를 낳을 것인가의 물음에 답을 얻은 후 애를 언제 낳을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하는게 순서이겠지만서두, 애를 낳겠다고 잠정적인 내부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안팎의 조건들을 생각하면 불가능에 가깝게 미루거나,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애를 낳기로 결정하신 분들은 이번 생이 그래도 낙관적으로 보이는 분들이니, 축하를 드려야겠다. ^^; 기왕 이 길로 들어오신 거, 잘 하시기를 빈다.


애를 낳을 것인가?


애 잘 낳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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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리듬을 찾아서 : 애를 낳을 것인가? 2017-06-18 10:50:53 #

    ... 있다. 그것도 다음에. 사회가 요모양 요꼴이 아니고 북유럽 정도만 받쳐주어도 애를 낳는 것은 인생의, 특히나 여자 인생의 큰 축복, 순수한 축복이 될 것이다. http://binu8.egloos.com/3169555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