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듬을 찾아서

binu8.egloos.com


포토로그


무지막지하게, 무자비할 정도로, 소름끼치도록, 이 세상것이 아닌듯이 음악

나는 예전에는 내 목소리가 너무 뻔하다고, 심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전형적인 여성성을 여성에게 강요하는 사회가 싫었고 그래서 나의 여성성을 뻔하게 팔아먹기 싫었다.


달콤하게, 가녀린 척하는 팝보컬은 정말 싫었다. 우는 소리 하는 알앤비도 무척 싫고. 그렇다고 거칠게 내지르는 락보컬은 아무리 강해봤자 남자들을 못 따라가기도 하고, 너무 목소리가 금방 상하기 때문에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 재즈 역시 취향이 아니기도 했지만(나는 정박취향. 말하자면 클래식 기반이다.) 내 목소리가 원래 맑고 고운 게 특징인데 그걸 다 갈아버리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내 장점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크렌베리즈를 들었을 때 충격이었고, 그 해법을 따라갔다. 즉슨, 조금 성악적인 발성을 하면서 약간의 디스트를 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목도 안 상하고(아직 젊은 20대에는) 그 여성성이 뻔하게 들리지 않고 좀 독특하게, 엣지있게 들린다.


그렇게 락밴드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애를 낳고 나니 사람이 바뀐 것인지 그냥 나이를 먹어서인지 암튼 나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좋다. 게다가 나이는 40대인데 목소리는 20대(내지는 30대 초반까지 가능)인 이 놀라운 유전자의 힘을 새록새록 느끼는 요즘, 나의 맑고 고운 목소리야말로, 그리고 완전 고음 가능함이야말로 나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고 있다.


그래서 그냥 힘을 빼고, 엣지를 만들지 않고 그냥 부르기로 했다. 내 목소리에는 엣지가 없지만 나의 노래 속, 표현에는 엣지가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 (엣지를 주기 위해 목에 힘을 주면, 고음이 안 올라간다는...)


이제 더 이상 나는 나의 여성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무지막지하게 달콤하게, 무자비할 정도로 가녀리게 불러주겠다. 그리고 소름끼치도록 투명하게, 이 세상것이 아닌듯이 높게.


그것이 나의 새 전략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