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듬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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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소프라노들 음악

내가 사랑하는 소프라노들은 내가 배우고, 따라가려고 노력한 소프라노들이다. 연대순으로 정리해보겠다.

신영옥

Youngok Shin - Don Pasquale - Quel guardo il cavaliere - Donizetti
https://www.youtube.com/watch?v=1evd7ZHyXp4

나의 첫사랑이다. 중고딩때 열심히 듣던 클래식 음악을 멀리하고 아마존에서 락음악 시디 사려고 인터넷하던 시절 아직 클래식 애호가였던 언니 덕에 <a Dream> 앨범을 알게 되어 반해버렸다. 맑고 청아한 음색이 너무나 아름다우시다... 성악 배우기 시작한 후 내 목소리가 타고난 청순가련형이라 매우매우 많이 참조하였고 오랫동안 아름다운 목소리의 기준이었다.

조수미

Sumi Jo - Verdi - Rigoletto - Gilda - Caro Nome
https://www.youtube.com/watch?v=zPpda21XprA

첫째 아이 낳고 나서 처음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모르는 곡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라는 걸 헤엄치게 되면서 계속 만나게 된 이름. 아예 전집을 사버리고 보니 왜 이리도 많은 노래를 왜 이리도 잘 하시는건지! 맑고 고운 음성으로 너무나 가볍고 쉽게 휙휙 올라가버리는 고음과 기교의 끝판왕이시며 비극을 노래할 때는 감정표현에 약하다는 평을 듣지만 코메디는 정말 완전 잘 하신다... 내가 무슨 노래를 공부하려고만 하면 참조하게 되는, 완벽한 테크닉 종결자. 나의 올해 목표인 <마술피리> 밤의 여왕의 아리아 다음의 목표가 바로 조수미 데뷔 앨범의 끝장 초절기교 프랑스 오페라 아리아들이다...

Sumi Jo sings 'Carnaval de Venise' (La Reine Topaze) - Paris, 1995
https://www.youtube.com/watch?v=-yEv94V0TGE

캐서린 배틀

Kathleen Battle - Rossini: Una voce poco fa
https://www.youtube.com/watch?v=4FwZKjFJ-qo

내가 마리아 칼라스 백날 따라해봐야 비슷하게 될 수도 없다는걸 뼈저리게 느낄 즈음에  Quel guardo il cavaliere를 공부하게 되었고 캐서린 배틀린의 깃털 같이 가볍고 비단결 같이 부드러운 달콤한 노래야말로 내가 따라해볼 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캐서린 배틀은 목소리가 정말정말 가벼워서 조수미보다 더 가볍지만, 그래도 브라질풍의 바하를 불렀다. 독일 가곡도 설득력있게 불렀고. 내 목소리는 그처럼 가볍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가볍고 곱고 투명한 음색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나에게는 여러 모로 연구 대상이다. 일렉 기타로 치자면 텔레케스터와 같은 카랑카랑한, 맑고 고운 하지만 정말 개성있는 음색의 소유자...

Kathleen Battle - Nacht und Tr&auml;ume - Schubert 3 / 9
https://www.youtube.com/watch?v=_IzI0vn8egw


바바라 보니

Barbara Bonney - Auf Flugeln des Gesanges (Mendelssohn)
https://www.youtube.com/watch?v=Xfj4thZrFj4

독일 가곡에 빠지면서 바바라 보니의 매력에도 빠졌다. 아니 세상에 여자가 독일 가곡을 부르는데 이렇게나 좋다니..ㅠ 너무나 맑고 아름다운 음색, 첼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한 분답게 유려하고 또 정갈한 노래. 나는 반드시 따라해봐야 하는 소프라노로... 많이 듣고 따라하고 있다.

엠마 커크비

Antonio Vivaldi, Emma Kirkby:Nulla in Mundo Pax Sincera(1/3)Aria:Nulla in Mundo 
https://www.youtube.com/watch?v=1qBLaUXsIdg

마치 보이소프라노 같은 믿어지지 않는 맑고 투명한 음색, 의 종결자이시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예전같은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 아쉽지만... 내가 그 뒤를 잇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완전 바로크로 넘어갈 생각은 없어서... 진짜로 이을 수는 없겠지만.

나의 목소리는 조수미와 신영옥, 캐서린 배틀, 바바라 보니, 그리고 엠마 커크비 사이의 어딘가에 자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천상의 소리과이지만 엠마 커크비보다는 좀더 부드럽고 낭만파에도 잘 어울린다. 조수미와 신영옥처럼 이탈리아와 프랑스 노래에도 잘 어울리지만, 바바라 보니처럼 독일가곡에도 어울린다. 캐서린 배틀은 정말 투명하지만 너무 가벼워서 못 닿는 영역에도 나는 닿을 수 있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곡을 부르는 그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길을 따라가는 연습을 지금까지 했고 앞으로도 할테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나의 목소리를 정하고, 나의 노래의 길을 걸어가는 작업을 앞으로는 좀더 확실하게 할 필요를 요즘 느낀다. 좀더 곡에 더 가까이, 그 누구의 목소리도 통하지 않고 직접 가 닿는 작업이 필요하다.


모차르트라면 엠마 커크비도 할 수 있었다... 정말 이 노래를 좋아했는데 나중에야 더 무거운 목소리의 소프라노들이 부르는 노래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놀했다. 나도 모차르트를 해봐야겠다.

Zaide: Ruhe Sanft, Mein Holdes Leben - Wolfgang Amadeus Mozart - Emma Kirkby
https://www.youtube.com/watch?v=1yHrmNgMX88


물론 위의 다섯명 외에도 마리아 칼라스, 조앤 서덜랜드, 나탈리 드세이, 에디타 그루베노바, 안나 모포, 몬세라트 카바예 등 많은 디바들이 있어 많은 경애를 바쳤었다. 그 중에도 코트루바스가 각별하다.

일레아나 코트루바스

Ileana Cotrubas - "Si. Mi chiamano Mimi" from La Boheme
https://www.youtube.com/watch?v=JnQz9pOnU2w

라 트라비아를 공부할 때 마리아 칼라스만 듣다가 좌절하지 않게 나를 끌어내준 고마운 분이다. 너무나 청순하고도 애절한 음색, 그리고 진정성이 있는, 핍진성이 있는 비올레타 그 자체였던... 푸치니 <라보엠>에서도 미미 그 자체로 보인다... 내 짧은 생각이지만, 인물을 해석하고 그 속에 들어가는 성실함과 엄격함, 인간성이 그 핍진성을 만들어낸거라고 생각한다.


엘리 아멜링

Schubert, "Du bist die Ruh" Op. 59 No. 3, D.776, Ameling/Baldwin
https://www.youtube.com/watch?v=QzYJ4nDhpRs

아 정말 감탄이 나오는 분이다. 요즘 주로 이 분의 독일 가곡, 프랑스 가곡을 듣고 있다. 약간 나이들어서 녹음한듯 그다지 예쁜 목소리는 아니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부드러움이다. 푸근한 인간성이 노래에서 느껴진다. 나는 요즘 아멜링과 카바예의 부드러움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아멜링처럼 인간미 있는 노래를 하기 위해 좀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프랑스 가곡을 부지런히 공부해야겠다.

Je te veux (2011 Remastered Version)
https://www.youtube.com/watch?v=XLME9Fwu_Ng

마지막으로

디아나 담라우

Diana Damrau & Mozart - The Queen of the Night Aria
https://www.youtube.com/watch?v=463jDvbw3LQ

그렇다. 나는 디아나 담라우를 사랑한다. 현역 중 최고의 소프라노. 네트렙코, 게오르규는 저리 가세요. 완벽한 소리, 완벽한 노래, 완벽한 연기. 지금 모든 것이 완벽한 소프라노는 담라우 하나뿐이 남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내한공연에서는 <라 트라비아타> sempre libera의 마지막 Eb6를 안 했다는;;;ㅠ 어찌된건가 당황스럽고 슬프다. 믿었던 담라우마저 나이 좀 먹었다고 몸을 사린다는건가;;ㅠ 좀 외롭다.. 이 나이에 Eb6에 이어 Bell Song과 밤의 여왕에 도전하는 여자는 나밖에 없는건가 싶고.. 그래도 도전해야지. 사람은 잘 하는걸 하며 살아야 행복하다.

Diana Damrau - Estrano...Ah forse lui...Sempre libera 2014
https://www.youtube.com/watch?v=WXR_HmjB1bo

아스믹 그레고리나 또 젊고 외모도 훌륭하면서 노래도 잘 하는 소프라노들이 요즘엔 많이 보여서 기대가 되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든다.

Asmik Grigorian: La Traviata (Highlights)
https://www.youtube.com/watch?v=uojE983qrhc

김연아 선수의 벤쿠버 올림픽과 소치 올림픽 경기 영상을 보면 둘 다 매우 뛰어나지만, 그 완벽함의 정도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젊음의 약동의 마구 느껴지는 벤쿠버를 취향에 따라서는 더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소치의 경기는 인간인 피겨 스케이터가 도달할 수 있는 거의 완벽함의 상태를 보여주었다. 더 세밀해지고, 더 완벽한 몸놀림, 움직임.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메드베데바 선수의 연기를 보면 김연아-소치의 완벽함을 많이 따라잡고 있음이 느껴졌는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모든 것의 완벽을 이룰 수 있을 지는, 약간 어두운 전망이다. 점수체계가 좀 미비해서, 자기토바 같은, 세밀하지는 못 하지만 점프를 더 잘 하는 선수에게 유리하고, 자꾸 그쪽으로 선수들을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소프라노도 그렇다. 젊은 소프라노들은 힘도 좋고 외모도 좋고 다 좋은데 완벽함이 아직 부족하다. 과연 지금의 오페라 세계가 한 소프라노가 완벽함을 추구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인가? 오페라가 살아남기 위해, 극적인 재미를 위해 소리도 테크닉도 노래도 연기도 외모도 적당한 것만을 요구하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완벽을 허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나는 그것이 많이 아쉽다...

그러나 나의 경애하는 여신들은 계속 업데이트될 것이다..^^ 드넓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나를 기다린다.